미·중 둘중 하나는 잃는다.. K반도체 '칩4 동맹' 사면초가

      2022.07.26 05:00   수정 : 2022.07.26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국이 주도하는 반도체 공급망 동맹 '칩(chip)4' 참여 여부를 놓고 중국이 연일 한국 견제에 나서고 있다. 한국의 칩4 동맹 가입이 중국 반도체 산업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칩4 동맹에 가입할 경우 거대한 중국시장을 잃을 수 있지만 미가입 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제될 위험이 있다는 점에서 국내 반도체 업계가 '사면초가' 빠진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주도 '반도체 동맹'... 중국 노골적 견제


2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한국에 내달 말까지 칩4 참여 여부를 결정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지난 3월 반도체 공급망 형성을 위해 자국과 한국, 일본, 대만이 참여하는 칩4를 처음 제안했다. 반도체 선진국들을 규합해서 반도체 시장에서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고 시장에서 고립시키려는 시도다.

문제는 중국의 반발과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중국의 반도체 자급률은 2011년 12.7%에서 2021년 16.1%로 올라갔다. 그러나 지난해 중국 기업의 비중은 6.6%에 그쳐, 중국이 천명한 '2025년 반도체 자급률 70%'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중국 정부는 우리나라의 칩4 동맹 가입 움직임에 압박을 가하며 견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은 자유무역 원칙을 표방하면서 국가 역량을 남용해 과학기술과 경제무역 문제를 정치화, 도구화, 무기화하고 협박 외교를 일삼고 있다”면서 한국이 칩4에 참여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중국 관영매체들도 연일 한국의 칩4 참여를 견제하는 기사 또는 사설을 싣고 있다. 중국 공산당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지난 21일 한국을 지목하며 '한국의 칩4 동맹 가입은 상업적 자살'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칩4 동맹 가입은 정부와 국내 기업에게도 부담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액 1280억달러 가운데 중국 수출은 502억달러로 약 39%를 차지했다. 홍콩을 포함하면 60%에 달한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중국 시안과 우시에 반도체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대중 의존도가 높은 산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을 배제한 이번 공급망 동맹 참여는 국내 반도체 산업 생태계에도 큰 충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공급망 '칩4' 가입, 한국에겐 필연적


반면 재편되고 있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칩4동맹에 가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정부는 반도체 부족 현상 해결을 위해 공급망 재편을 검토하고, 반도체 제조 분야 강화를 위한 지원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유럽, 일본 등 주요국도 파운드리 유치 등 반도체산업 재건 및 부활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같이 각국 정부의 지원 정책과 주요 반도체 기업의 투자 계획 등이 차질 없이 진행될 경우 파운드리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2025년을 기점으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이 재편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까지는 우리나라를 제외하고 메모리반도체를 대체 생산할 수 있는 국가가 없어 미·중 양국 사이에서 중립을 유지하며 반도체산업을 발전시키는 것이 가능했지만 반도체 공급망이 재편된 이후에는 중립 유지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게 산업연구원의 분석이다.

이와 함께 우리나라로서는 미국과 일본의 반도체 기술과 장비를 수급받지 못하면 반도체를 생산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생산을 위해서나 재편된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심국으로 남기 위해서는 '칩4' 동맹 가입이 필연적이라는 지적이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미국은 보유하고 있는 다수의 반도체 원천 기술을 가지고 외국의 반도체 생산을 쥐락펴락할 수 있다"면서 "미국의 반도체 동맹에 참여하지 않은 국가는 최악의 경우 반도체 생산 자체가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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