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경회의 감찰 방침에 전북경찰 반발 목소리 …"서장회의, 필요했다"
2022.07.25 14:53
수정 : 2022.07.25 15:10기사원문
(전주=뉴스1) 이지선 기자 = 행정안전부내 경찰국 설치에 대한 전북경찰의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총경 회의 참석자에 대한 감찰착수와 징계방침을 두고서는 "이해가 안 된다"며 강한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25일 오전 전국 경찰서장 회의(총경 회의)와 관련해 "경찰 지도부가 회의 시작 전, 그리고 회의 도중 명확하게 해산을 지시했음에도 적법한 직무명령에 대해 불복종을 한 사안"이라며 "하나회가 12·12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 바로 이러한 시작에서 비롯됐다"고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에 전북경찰 조직 내부에서는 "중차대한 결정을 앞두고 전국 서장 회의는 꼭 필요한 일이었다"면서 "징계는 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북경찰청 소속 간부 A씨는 "군사독재 시대에 노동자나 민주화 운동 탄압을 위해 경찰을 권력의 시녀로 이용했던 역사를 기억한다"며 "30년이 흐른 지금 경찰국 설치는 헌법정신에 역행하는 권력기관의 사유화 시도"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특히 청장 내정자만 있는 불안정한 체제에서 제대로된 의견 수렴 절차도 없이 진행하는 건 문제가 있다"며 "이번 회의는 이런 상황이 종합적으로 타당한지 일선 의견을 종합적으로 모으는 자리였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전북청 소속 경찰관 B씨 역시 "경찰국이 신설되면 경찰 중립성이 30년 전으로 퇴보하는 꼴"이라며 "경찰 인사권과 지휘권이 정치 권력을 가진 장관에게 집중되면 국민을 위한 경찰이 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B씨는 또 "이번 회의에 대해 사전에 경찰 지휘부와 교감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데도 휴일에 의견 수렴을 위한 회의를 진행한 경찰관들에게 직무명령을 했다는 게 정말 황당하고, 징계도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하나회·쿠데타'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엄포를 놓은 상황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전북청 소속 경찰관 C씨는 "정당한 회의에 대해 프레임을 씌워 지나치게 몰아가기를 하는 것 같다"며 "경찰 조직을 걱정하는 간부들이 관외여행까지 신고하고 쉬는 날 대응 방안에 대해 의견도 못나누느냐"고 반발했다.
이어 "징계 얘기가 나오니 젊은 직원들은 당장 이번 사안에 대해 서로 말을 조심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이거야말로 협박을 통한 조직원 길들이기가 아니겠느냐"고 비난했다.
'검수완박'에 반발한 검사들 회의와 이번 사태를 비교하기도 했다.
한 경찰 관계자는 "자조적인 얘기일 수 있지만 검사는 그만두면 변호사라는 대안이 있다. 하지만 경찰은 그냥 실직자"라며 "그런데도 검사가 회의하면 합법이고 경찰이 회의하면 불법이라고 치부하는 이 상황이 어처구니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23일 충남 아산시 소재 경찰인재개발원에서는 총경급 189명이 참석한 가운데 전국 경찰서장 회의가 개최됐다. 참석자들은 행안부의 경찰국 설치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회의는 온라인으로도 중계됐다.
하지만 경찰 지휘부 차원에서 '모임 중단'을 지시했고, 결국 이들이 회의를 강행하자 국가공무원법에 따른 복종의 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해 참석자들에 대한 불이익을 주겠다고 발표했다.
실제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은 대기발령 조처됐고, 당시 회의에 참가한 총경급 경찰관 56명은 감찰을 받고 있다. 지역의 치안을 총괄적으로 책임지는 경찰서장으로서의 직무에 전념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전북지역에서는 총경 5~8명이 온·오프라인으로 회의에 참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