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무기, 쿠데타"에 "총, 무기 1도 관계 없어", 경감이 불붙인 '전체 경찰회의'
2022.07.26 10:28
수정 : 2022.07.26 10:2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추진을 앞두고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최근 총경이 모였던 집결행위에 대해 "12.12사태, 쿠데타, 무기 소지 가능" 등을 거론하자 경찰 내부에서 반발 심리가 더 확산되는 모양새다. 경감·경위급 현장팀장회의가 '전체 경찰회의'로 번질 조짐이다. 회의를 주도하는 서울 광진서 김성종 경감은 경찰 내부 게시판에서 "총, 무기와 1도 관계 없다"며 이상민 장관의 발언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14만 경찰에도 해산명령 내릴건지 지켜보겠다"
처음 현장 팀장 회의를 제안한 서울 광진경찰서 김성종 경감은 26일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당초 팀장회의를 경찰인재개발원에서 개최하려 했으나 현장 동료들의 뜨거운 요청들로 '전국 14만 전체 경찰회의'로 변경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경감은 "참석 대상자를 14만 전체 경찰로 확장함에 따라 수천명까지는 아니더라도 1000명 이상의 참석자가 예상되기에 강당보다는 대운동장으로 회의장소를 선택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오는 30일 오후 2시 14만 전국 경찰은 지난주 개최한 총경회의와 동일한 주제로 회의를 연다"며 "총경들에게 하셨던 불법적인 해산명령을 저희 14만 전체 경찰에도 똑같이 하실 건지 똑똑히 지켜보겠다"고 말했다.김 경감은 회의는 유튜브 생방송으로도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앞서 류삼영 총경이 총경회의를 주도한 후 대기발령 받은 사태를 지적한 것이다. 경찰청은 전국총경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중부서장에 대해 대기발령 했고 현장 참석자 56명에 대해 감찰에 착수했다. 이어 경찰청은 전국 시·도경찰청에 경찰국 설치에 반대하는 단체행동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하달했다.
해산명령을 어겼다는 이유로 류 총경은 대기 발령을 받았고, 전날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는 퇴근길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대기발령 철회는 어렵다"고도 밝혔다.
■윤 대통령 경찰에 2번째 "국기문란" 발언, 이상민 "대단히 위험"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연일 강경 발언을 이어 나가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도 '국기 문란'이라고 발언해 당분간 경찰 내부 반발이 수그러들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대한 경찰 내부 반발에 대해 "정부가 헌법과 법에 따라 추진하는 정책과 조직개편안에 대해 집단적으로 반발한다는 것이 중대한 국가의 기강 문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 문답에서 취재진의 관련 질문에 "모든 국민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치안 관서장들의 집단행동에 대해 깊은 우려를 가지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이 경찰에 '국기문란'이라는 표현을 쓴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그는 지난달 23일 경찰의 치안감 인사 번복 논란과 관련해 "아주 중대한 국기문란, 아니면 어이없는, 공무원으로서 할 수 없는 과오"라고 격앙된 어조로 비판한 바 있다.
윤 대통령은 "국방과 치안이라고 하는 국가의 기본 사무도 그 최종적인 지휘 감독자는 대통령"이라며 "오늘 경찰국 설치안이 국무회의 심의를 거칠 텐데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는 있는 것이지만, 국가의 기본적인 질서와 기강이 흔들려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민 장관도 이날 출근길에서 연합뉴스 기자와 만나 "경찰국이 어떤 조직인지 알아볼 생각도 없이 부화뇌동식으로 한쪽으로 몰리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합리적인 이유를 댄다면 반드시 수정하겠다"면서 "있지도 않은 독립을 주장한다던가, 경찰 장악만 (이유로) 내세우며 집단행동하는 건 굉장히 경솔하고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전날 총경급 전국경찰서장회의를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비유해 일선 경찰과 정부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데 대해서는 "치안을 책임지는 일부 서장들이 정부 시책에 반대되는 논의를 한다는 것 자체가 국가 기강이 흔들리는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