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불법 집단행동을 하면 누가 막나
2022.07.26 18:20
수정 : 2022.07.26 18:20기사원문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는 경찰의 내부 반발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출근길 문답에서 "정부가 헌법과 법에 따라 추진하는 정책과 조직개편안에 대해 집단적으로 반발한다는 것이 중대한 국가의 기강문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23일 경찰의 치안감 인사 번복에 이어 또다시 '국기문란'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점이 눈에 띈다. 윤 대통령은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수는 있는 것이지만, 국가의 기본적인 질서와 기강이 흔들려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강경한 입장이 재확인됐고, 경찰국 신설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지만 경찰의 반발은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모양새다. 특히 전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전국경찰서장회의를 "하나회의 12·12 쿠데타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규정하고,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울산 중부경찰서장을 대기발령하는 한편 회의에 직접 참석한 56명의 총경을 감찰키로 한 게 기름을 부었다.
경찰 내부에서 오는 30일 열기로 했던 경감·경위급 현장팀장회의에 일선 치안을 책임지는 지구대장과 파출소장들도 참여시키자는 제안이 나온 데 이어 급기야 14만 전체 경찰회의로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회의는 생방송으로 중계하겠다고 예고했다. 경찰 내부망에는 "1990년 치안본부 시절로 돌아간다. 역사의 죄인이 된 것 같다" 같은 글이 올라왔다.
경찰은 무기를 소지하고 강제력을 행사하는 국가공권력의 대명사이다. 경찰청장이 허용 않은 불법적인 집단행동을 경찰이 하면 누가 막아야 하는가. 30일 집단행동 계획은 도를 넘은 느낌이다. 14만 경찰이 불법 집단행동에 나선다면 그게 '경란'이 아니고 무엇인가. 우리는 이 문제가 공론화되면서 서장회의를 연 목적을 이미 달성했다고 본다. 그런데 경찰서장에 이어 지구대장과 파출소장을 비롯, 모든 일선 경찰이 위수지역과 민생치안 현장을 벗어나 정부정책 반대 모임을 갖는 것은 경찰 본분을 한참 벗어난 일이다. 일단 30일 회의 개최계획을 철회하고 내부 혁신을 도모하는 게 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