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콕파 vs 해외파' 물가폭탄 맞은 직장인 휴가도 양극화
2022.07.28 05:00
수정 : 2022.07.28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1. 40대 직장인 A씨는 올 여름은 가족과 '집콕'을 선택했다. 7월 말~8월 초 국내 여행을 가려고 했다 호텔 예약 사이트에서 가격표를 보고 휴가를 포기했다. 해외 여행은 아예 엄두도 못 내고 국내 여행을 택했지만 비행기값에 자동차 렌트비 등이 너무 올라서 그냥 집에서 보내기로 한 것이다.
#2. 30대 직장인 B씨는 다음 달 동남아로 여름 휴가를 떠난다. 항공권 가격이 2배 가까이 오른데다, 환율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지만 올해는 반드시 해외에 나가겠다는 마음이다. B씨는 "코로나19로 2년간 마땅히 휴가랄 게 없었다"면서 "재확산 조짐도 있어 다시 못 나가게 될까봐 이번에 다녀오기로 했다"고 했다.
'7말 8초' 본격적인 휴가 시즌을 맞았지만, 역대급 고물가에 여름 휴가에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이어진 고물가·고환율·고금리 '3高' 여파로 휴가를 포기하는 '휴포자'가 속출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코로나19로 벼르고 있던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해 "그래도 나가겠다"는 '해외여행족'의 기세도 꺾이지 않고 있다.
7% 바라보는 물가…국내여행도 엄두 안나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여름 휴가는 높은 물가 상승률에 휴가를 포기하는 '휴포족'과 고물가·고환율에도 불구하고 외국으로 떠나는 '해외여행족'이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휴가 포기'를 택한 A씨는 "강원도나 부산만 가도 숙소비에 기름값, 바가지 물가 등을 생각하면 스트레스가 몰려온다"며 "그 돈으로 집에서 맛있는 것 먹고 쉬면서 재충전하는게 낫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실제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전년 동월 대비 국내 항공료는 19.5%, 국내단체여행비 31.4%, 승용차 임차료 28.9%, 보험서비스료 14.8% 등 여행·관광과 관련한 가격이 전년 동월 대비 큰 폭으로 올랐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0%로 외환위기였던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7개월 만에 가장 높다.
치솟는 환율에도 해외여행 상품 예약 늘어
치솟는 물가 탓에 휴가를 아예 포기하는 '휴포자'가 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비용이 많이 드는 해외여행 상품 예약률은 별 변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싼 돈을 내고서라도 해외로 떠나려는 수요는 늘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6월 기준 국제 항공료 역시 21.4% 전년보다 상승한 상황이다.
B씨는 "동남아 직항 이코노미석 항공권을 150만원에 구매했다"며 "비싸단 생각이 당연히 들었지만, 그동안 못갔던 해외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도나 다른 국내 여행을 가도 숙소비가 너무 비싸고 식비도 많이 올라서 차라리 해외 여행을 가는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 재확산에 격리 부활? 휴가 변수로
한편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확산세가 커지고 신종 변이가 유행하면서 여행객들 사이에선 지난해 말 오미크론 유행 때처럼 입국자 격리조치가 예고없이 부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역 당국은 이미 25일부터 입국 3일 이내에 받도록 완화됐던 PCR 검사시한을 입국 1일 이내에 받도록 강화했다. 입국 당일 PCR 검사를 받아야 하며 시간상 당일 검사가 힘들 경우 그 다음까지 받아야 한다. 해외 입국자는 PCR 검사 결과가 음성이 확인될 때까지 자택에 머물러야 한다.
다만 여행업계는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이 올 여름 휴가의 해외여행 수요를 줄이는 타격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규 예약 소폭 감소가 감지되지만, 오히려 가을 이후 해외여행 예약률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9~10월 이후 해외여행 예약률은 늘고 있다"며 "워낙 오랜 기간 해외여행을 떠나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 이번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는 아직까지 제한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