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감축·고물가… 암울한 노량진 공시족

      2022.07.27 05:00   수정 : 2022.07.27 18:09기사원문
26일 정오 서울 동작구 노량진 공시촌(공무원수험촌).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열기로 뜨거워야 할 이곳이 차갑게 식어 있었다. 점심시간이지만 자리가 빈 식당이 많았고 예전에 비해 유동 인구도 줄어든 모습이었다.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은 이 같은 차가운 분위기가 당연하다(?)고 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현상이 노량진 공시촌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저렴하던 이 지역 물가가 크게 올랐다. 덕분에 공시생들 주머니 사정은 더욱 팍팍해 지고 있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의 공무원 채용 인원 감축 소식이 전해지면서 공시생들의 미래까지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날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에 위치한 한 패스트푸드 점에서 만난 '공시생'(공무원 시험 준비생) A씨도 "내년부터 공무원 채용도 줄고 물가도 올라서 힘드네요"라며 "올해까지 시험 공부를 해보고, 정 안되면 취업 준비를 할 예정이다"고 하소연을 했다.

이날 만난 공시생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토로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내년부터 부처별로 공무원 정원을 매년 순차적으로 1%씩 감축할 예정이다. 이에 따른 공무원 시험의 선별 인원 감축이 예고된 상황이다. 공시생들은 벌써부터 좁아진 임용기회를 피부로 느끼고 있는 것.

공시촌 인근 횡단보도 앞에서 만난 B씨는 "안 그래도 시험에 대한 스트레스가 컸는데, 정부의 인원 감축이 발표된 이후 초조함이 더욱 커졌다"며 "인강을 들으러 간 것인지 시험 자체를 포기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정부의 발표 직후 '직강'(대면 강의)에 얼굴을 비추지 않는 학생들이 몇명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하락 추세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올해 7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42.7대1로 1979년(23.5대1) 이후 최저치다. 9급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올해 29.2대1을 기록해 1992년(19.3대1) 이후 처음 30대1 이하로 떨어졌다. 12년 전인 2010년만 해도 7급 공무원 115.4대1, 9급 공무원 61.6대1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정부의 발표가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이뤄졌다는 반응도 있었다.

지난 5월부터 소방직렬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C씨는 "처음 발표를 들었을 때 황당하고 앞날이 캄캄했다"며 "지금은 하루라도 빨리 시험에 합격해야겠다는 마음만 앞선다. 밥 먹는 시간도 아깝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 중간중간 행정법 책에 필기를 해가며 햄버거로 끼니를 때우고 있었다.

임용인원 감축이 '미래'에 대한 불안이라면 최근 노량진 공시촌을 덮친 물가 고공행진은 현실에 대한 불안을 대표하는 사례였다.

경찰직 시험을 준비 중인 D씨는 "합격인원 축소도 축소이지만, 최근 물가가 많이 올라서 생활하기가 힘들다"며 "고시식당의 식권과 화장지 등 생활 필수품 값 대부분이 500~1000원으로 올랐다"며 생활고를 토로했다.

물가 인상이야 국가를 넘어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문제는 대부분 돈벌이 없이 용돈으로 생활하는 공시생들 입장에는 소폭의 물가 인상에도 타격이 크다는 점이다.

노량진 상인들도 할말은 있었다. 급등한 물가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수년째 컵밥 장사를 온 인근 상인 E씨는 "달걀 값과 돼지고기 값 등이 지난해부터 올라 지난 1월께 컵밥 상인들끼리 합의를 보고 가격을 500원씩 일괄 인상했다"며 "500원 인상으로도 가격 탓을 하며 힘들어하는 학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어 추가적인 가격 인상도 어렵다"고 전했다.

먹거리뿐만 아니라 주거 역시 공시생들을 힘들게 하는 원인이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최근 서울 아파트 값이 떨어진다는 뉴스와 달리 노량진의 고시텔은 가격변동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학생들이 주로 사는 학원가 인근 고시텔의 임대가는 평균 40만원 선"이라고 말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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