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 위헌’ 법조계 찬반론 정면 충돌

      2022.07.28 05:00   수정 : 2022.07.28 05:2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경찰의 집단 반발 속에 다음달 2일부터 행정안전부 산하에 신설되는 경찰국의 위헌성을 두고서 찬반측이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다. 로스쿨생조차도 쉽게 알 정도로 위헌이라는 경찰국 신설 반대 입장과 경찰 통제 필요성을 주장하는 찬성 입장이 상반되고 있다.

28일 경찰국의 위법성을 두고서 법조계와 상아탑의 찬반론이 '극과 극'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대해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절차상 문제가 없어, 위법성이 없다고 강조중이다.

한국외국어대 이창현 로스쿨 교수는 "시행령으로 추진한다고 해서 왜 위헌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법무부에 경찰국을 둔다고 하면 모르겠지만, 경찰청은 애초에 행안부 외청 아닌가. 행안부 내 경찰국을 신설하겠다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헌법에 담으면 좋겠지만 모든 걸 그럴 수는 없다고 본다. 그러니까 시행령이 있는 것. 법률로 안 했다고 해서 위헌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민주화 성과물 폐지"vs "위헌성 없어"
하지만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지난 26일 경찰청 차장 출신인 임호선 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경찰국의 위헌성을 주장했다. 그는 "지난 1991년 이후 한국의 행안부 장관들이 (경찰국 설치를) 하지 않았거나 할 수 없었던 이유가 있다. 우선 헌법 정신에 반하기 때문이다"라고 꼬집었다.

또한 "정부조직법 34조는 행안부 장관의 사무 16가지를 규정하고 있지만 이 안에 '경찰'이나 '치안'과 관련된 사무가 없으며, 이것은 1990년에 삭제됐다"라며 "수십 년간 경찰이 내무부에 예속된 채 정치도구로 활용된 폐해의 심각성을 우리 사회가 인지하고,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 방위를 위한 방어적 조치였다"라고 강조했다.

이웅혁 교수처럼 '민주화의 산물'로서 지난 1991년 해체됐던 치안본부(경찰국의 전신)를 다시 부활 시켜선 안된다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 또 경찰국 신설이 '법치 행정'에도 반하며 치안사무는 행안부 장관의 소관사무가 아니기 때문에, 법 개정을 통해 다시 이를 소관사무로 복원하지 않고는 경찰청장 등 소속 공무원을 직접 지휘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전현직 법제처장도 의견 엇갈려
전현직 법제처장조차 극심한 의견 대립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1호 헌법연구관이자 이명박 정부 시절 법제처장(2008~10년)을 지낸 이석연 전 처장(68·사법연수원 17기)은 "로스쿨 초년생한테 물어봐도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고 밝혔다. 이 전 처장은 또한 법제처장이 직책을 걸고서라도 위헌적인 요소를 사전에 막았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보였다. 이 전 처장은 "상위법인 정부조직법을 개정하지 않는 한 명백한 법 체계 위반"이라는 분명한 의견을 밝혔다.

반면 이완규 현 법제처장은 '시행령으로도 경찰국 신설이 가능하다'고 찬성론을 펼치고 있다. 검사 출신인 이 처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대 법대·사법연수원 동기다. 이 처장은 국무회의 의결을 앞두고 시행령 입법예고 기간을 40일에서 4일로 크게 줄이면서 논란을 빚었다.

위헌은 아니지만 추진과정이 매끄럽지 않다는 주장도 나왔다. 경희대 노동일 로스쿨 교수는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도 일리는 있다. 하지만 정식으로 입법 절차를 밟으려고 하면 민주당에서 협조해줄 리가 없지 않나. 시행령으로 하는 것은 문제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다만 "입법 예고를 4일만 하는 것은 아쉽다고 본다. 여론 수렴절차를 충분히 밟았다면 시행령도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아울러 "정부가 조금 거칠게 하는 부분은 문제가 있지만 위헌적 요소는 없다고 본다"라며 "경찰이 지나치게 반발하는 것도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국내 헌법 관련 석학들이 모인 한국헌법학회는 경찰국의 위법성에 대한 입장을 내지 못하고 있다.

이상경 헌법학회장(서울시립대 로스쿨 교수)은 "양쪽의 의견이 어떤 면에서 모두 일리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학회 차원의 입장을 내긴 어렵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강하게 밀어붙이는 상황에서 상아탑의 모임인 헌법학회조차 부담감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한편, 경찰국 신설 반대를 위해 오는 30일로 예정됐던 전국 14만여명의 경찰회의가 전격 취소됐다.

국무회의에서 경찰국 신설을 확정하면서 더 이상 경찰들이 나서기 어려워지면서 국회에서 시정해줄 것을 요구했다. 앞서 지난 26일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경찰의 반발을 '국가 기강문란'이라고 강하게 몰아붙이면서 경찰들이 더 이상 나서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서울 광진경찰서 김성종 경감은 경찰 내부망에 '전국 14만 전체 경찰회의 자진철회'라고 입장을 올리면서 "국회가 불법적인 경찰국 설치에 대해 입법적으로 반드시 시정해주실 것이라 믿는다"고 밝혔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윤홍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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