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걸릴까 두렵다"…'집콕 휴가' 네버 코비드族
2022.08.02 05:00
수정 : 2022.08.02 04:5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 경기 성남에 거주하는 구모(31)씨는 올해 여름휴가 계획을 결국 접었다. 구씨는 "속초 해수욕장에 서핑을 타려고 휴가계획을 꼼꼼히 세웠지만 그만 두려고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유는 코로나19였다.
자칫 들뜬 분위기에 휴가지에 사람이 많이 몰릴 수밖에 없어 만약 감염된다면 일상패턴이 무너지는 것은 물론 가족에게까지 피해줄 수있기 때문이다. 구씨는 "서핑 등 물놀이를 하는 과정에 코로나19에 감염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아이들 실망이 크지만, 안전한 휴가를 택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최근 구씨처럼 코로나19 재유행 조짐에 집콕 휴가로 전환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코로나 불안에 휴가 취소하거나 일정 축소
이른바 '네버 코비드족'이 있다. 지난 2020년 1월 첫 국내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코로나19에 한 번도 걸리지 않은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은 스스로 슈퍼면역체계를 가졌다고 위로(?)하고 있지만 언제 어디서 코로나에 감염될 지 늘 불안해하고 있다.
최근 휴가 대신 '집콕'(집에 머물기)을 선택하는 네버 코비드족이 점차 늘고 있다. 휴가철을 맞아 하루 최대 수십만명 확진자가 발생할 수있다는 방역당국과 전문가들의 잇단 경고에다 휴가철 이동인구가 많아지면서 감염 우려가 확산되는 탓이다.
1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신규 확진자는 지난주 같은 요일보다 1만여명 증가한 4만4689명으로 집계됐다. 감염 확산세의 '바로미터'인 주간 일평균 확진자는 1주만에 2만여명이 급증한 8만1925명을 기록하며 유행 확산세를 나타냈다. 방역당국은 당초 계획을 수정, 휴가 절정인 8월 중순 '하루 확진 25만명' 발생을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재유행 조짐이 확연해지면서 집콕휴가로 돌아서는 사례들이 많아지고 있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회사원 이모(31)씨는 "성향 자체가 '집돌이'인가를 의심스러울 정도로 몇년째 휴가를 집에서 보내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잠잠해졌나 싶어 해외로 휴가를 떠날 것도 생각해봤지만 재유행이 도래한 만큼 지난해처럼 그냥 집에서 쉴 생각"이라고 했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대학생 노모(27세)씨는 "평소에도 코로나19에 감염될까 외부활동을 잘 안하는데 휴가철은 인구 유동이 급격하게 늘어나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위험하다"며 "집에서 휴가를 즐기는 것이 억울하지만, 코로나19 감염 위험부담을 안은 채 휴가를 떠나고 싶지는 않다"고 전했다.
구모씨는 "현재 90세를 넘기신 할머니와 함께 살다 보니 몸가짐을 조심하게 된다"며 "자칫 내가 코로나19에 걸려 할머니에게 옮길 수 있고, 이 때문에 더 큰 불행을 만들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서 휴가여행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일부는 휴가 일정을 단축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 서초구에 사는 영어강사 고모(50대)씨는 "지난 6월 영국에 거주하는 동생 집에 장기휴가를 갈 계획으로 출국했지만 코로나19가 재유행하면서 입국 일정을 앞당겨 조기에 귀국했다"며 "시민권이 없는 상황에서 코로나19에 감염이라도 되면 손 쓸 도리가 없다"고 하소연했다.
휴가를 떠났지만 내내 불안해 휴가를 보내는 둥 마는 둥 했다는 사례도 있었다.
강원 원주에 거주하는 회사원 박모(33세)씨는 "지난주 부산을 찾았지만, 여행 내내 전파감염 공포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며 "인파로 붐비는 맛집을 찾아다니기보단 독실이 마련된 조용한 음식점을 이용했고, 이동하는 기차안에서는 에어컨 감염이 무서워 마스크를 두겹씩 쓰고 다니는 등 주의를 기울였다"고 토로했다.
"코로나 걸려도 재택근무 부담 커" 불만
코로나19에 확진돼도 과거처럼 별도의 시설과 공간이 아닌 재택근무로 전환하는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회사원 박모씨는 "지인으로부터 '목젖에 유리조각 박힌 듯' 병치레가 심하다고 들었다"며 "이 같은 컨디션 난조에서도 회사는 재택근무로 근무형태 만을 변경하는 등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업무사항을 지시한다고 전해 들어 심적 부담이 크다"며 휴가지에서도 자유를 만끽하지 못했던 이유를 털어놨다.
수도권에 사는 50대 한 직장인은 "본인과 일부 가족까지 코로나19에 확진됐는 데도 재택근무로 일상 업무를 보는 바람에 제대로 쉬지 못했다"며 "충분한 휴식과 비 확진자와 별개 공간에서 의식주를 해결하면서 집중 치료가 필요한 데도 재택근무 부담이 컸던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