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尹대통령 실명 비난에서 북한의 두려움 엿보여...
2022.07.29 05:28
수정 : 2022.07.29 05:4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28일 북한 김정은이 윤석열 정부가 대북 선제타격 등 위험한 시도에 나설 경우 전멸할 것이라고 거칠게 협박했다.
그가 공개활동을 재개한 것은 지난 8일 노동당 각급 당위원회 조직부 당생활지도 부문 간부 특별강습회 참가자들과 기념 촬영 이후 19일 만이다.
이날 북한 선전매체 조선중앙통신은 전날 전승절 기념행사에서 김정은이 한 연설 내용이라며 "남조선 정권과 군부깡패들이 군사적으로 우리와 맞서볼 궁리를 하고 그 어떤 특정한 군사적 수단과 방법에 의거해 선제적으로 우리 군사력의 일부분을 무력화시키거나 마슬수(부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천만에"라고 보도했다.
이어 "그러한 위험한 시도는 즉시 강력한 힘에 의해 응징될 것이며 윤석열 정권과 그의 군대는 전멸될 것"이라며 "더 이상 윤석열과 그 군사깡패들이 부리는 추태와 객기를 가만히 앉아서 봐줄 수 만은 없다"고 했다.
또 "우리의 자위권 행사를 걸고들고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면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지금 같은 작태를 이어간다면 상응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 무장력은 그 어떤 위기에도 대응할 철저한 준비가 돼 있으며 우리 국가의 핵전쟁억제력 또한 절대적인 자기의 힘을 자기의 사명에 충실히, 정확히, 신속히 동원할 만전태세에 있다"고 과시했다.
새 정부에 대해 "'힘에 의한 평화'와 '힘에 의한 안보'를 거리낌 없이 제창하고 있으며 우리 국가의 전쟁억제력을 무력화시킬 '선제타격'도 불사하겠다고 허세를 부렸다"고 통박했다.
김정은은 이번 연설에서 "남조선 것들의 허세성 발언들과 형형색색의 추태는 핵보유국의 턱 밑에서 살아야 하는 숙명적인 불안감으로부터 출발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김정은은 "남조선은 결단코 우리에 비한 군사적 열세를 숙명적인 것으로 감수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 언제든 절대로 만회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한국형 3축 체계' 구축 강화에 대해 초조감을 드러내며 평가절하했다.
그는 또 "미국과의 그 어떤 군사적 충돌에도 대처할 철저한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다시금 확언한다"며 "미국이 우리 국가의 영상을 계속 훼손시키고 우리의 안전과 근본이익을 계속해 엄중히 침해하려 든다면 반드시 더 큰 불안과 위기를 감수해야만 할 것"이라고 힐난했다.
김정은은 "미국은 오늘도 우리 공화국에 대한 위험한 적대행위를 그치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 무력의 일상적인 모든 행동들을 도발로, 위협으로 오도하는 미국이 우리 국가의 안전을 엄중히 위협하는 대규모 합동군사연습들을 뻐젓이 벌려놓고 있는 이중적 행태는 말 그대로 강도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미(북미)관계를 더 이상 되돌리기 힘든 한계점으로, 격돌상태로 몰아가고 있다"고 미국을 향해 책임 전가성 주장을 이어갔다.
김정은은 27일 박정천·리병철 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리영길 국방상, 정경택 총정치국장, 리태섭 총참모장 등을 모두 '노마스크' 상태로 대동하고 6·25전쟁 전사자 묘역인 '조국해방전쟁 참전열사묘'를 군 간부들과 함께 참배했다.
전날 저녁엔 항공륙전병의 강하와 전투비행대들의 비행, 축포 발사, 기념공연 등이 이어진 가운데 김정은과 그의 처 리설주가 행사에 참석했다.
행사에는 지난달 외무상으로 임명된 최선희, 인민무력부 부부장과 총정치국 부국장을 맡았던 박재경이 김정은 부부와 함께 행사에 참석한 모습도 보였다.
김정은이 직접 나서서 이처럼 폭탄발언을 퍼붓는 것은 사실 대북 억제력 신장으로 김정은 정권이 자신의 패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초조한 인식을 고스란히 내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반길주 인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안보연구센터장은 "북한이 핵인질 전략을 구사 ‘핵보유 기정사실화’에서 ‘핵사용 기정사실화’로 전환해 핵위협을 최고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지만 한미동맹이 결속력을 강화하고 있다"며 "북한이 자신들의 전략이 작동하기는커녕 미 전략자산 전개 등 한미연합훈련의 수준과 강도가 높아지고 있어, 변변한 대응옵션이 없는 북한의 딜레마와 고민이 김정은의 발언에 그대로 녹아있던 셈"이라고 짚었다.
반 센터장은 "김정은이 '선제적으로 우리 군사력의 일부분을 무력화할 수 있다고 착각하지 말라'고 언급한 부분은 북한이 탐지할 수 없는 스텔스 전투기의 한반도 전개에 따른 연합훈련의 두려움을 내포한 표현"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이 이번 연설에서 "윤석열이 집권 전과 집권 후 여러 계기들에 내뱉은 망언”이라는 언급 또한 새 정부들어 단호해진 대북정책에 따른 북한의 선택지 축소와 자신의 전략이 통하지 않고 있음을 방증한다는 진단이다.
이어 반 센터장은 “'한국형 3축 체계'를 직접 거명하며 비판한 부분도 한국형 3축 체계가 북한의 핵·미사일을 상쇄하는 기능 갖추게 될 것임을 우려하는 언사"라며 "한마디로 김정은의 전승절 69주년 연설은 한미동맹이 확장억제 강화와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진화하는 행보를 목도한 '북한이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 일각에선 김정은의 이번 연설을 통한 거친 발언은 이전 정부와 대비되는 새 정부를 상대로 한 첫 수사적 강공 시도라는 점에서 상당기간 북한의 이러한 행태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고 분석한다.
그러면서 반 센터장은 "북한의 이러한 두려움 극복을 위해 7차 핵실험과 같은 전략적 도발뿐 아니라 기습적 NLL 도발 등 다양한 전술적 도발에 나설 수 있음에 간파해 신장된 억제력이 북한의 다양한 위협을 실전에서 막아낼 수 있도록 주도권을 장악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