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탄 커피' 먹이고 내기 골프..10년지기 친구 일행이 5500만원 털었다
2022.07.29 07:38
수정 : 2022.07.29 15:1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10년지기 친구에게 약을 탄 커피를 마시게 한 뒤 '내기 골프'를 쳐 5500만원을 가로챈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28일 전북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사기 등 혐의로 A(52)씨와 B(56)씨 등 2명을 검찰에 구속 송치하고, C(62)씨 등 2명을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지난 4월 8일 익산의 한 골프장에서 피해자 D(50대)씨에게 로라제팜 성분이 든 향정신성의약품을 커피에 미리 타 마시게 하고 내기골프를 치게한 뒤 5500여만원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충청지역 폭력조직원인 A씨는 10년지기 친구인 D씨에게 "1타당 30만원씩 판돈을 걸고 내기골프를 하자"며 골프장으로 불러낸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골프장에서 만난 D씨가 아침 식사 대신, 연습스윙을 하는 사이 몰래 커피에 마약성 신경안정제를 섞었다. 이 신경안정제는 복용 시 기억상실 작용도 있어 예비마취제로도 사용돼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다.
아무 것도 모른 채 커피를 마신 D씨는 급격히 정신이 몽롱해졌고, 약 기운이 돌면서 신체기능이 급격히 떨어져 D씨는 평소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들은 4홀 정도까지는 1타당 1만∼30만원씩을 걸고 내기를 하다, D씨가 약효로 인해 평소와 달리 집중력을 상실하며 실수를 반복하자 판돈을 50만∼100만원으로 올렸다. 또 전후반이 끝날을 땐 자신들의 평소 평균 타수를 넘긴 타수당 판돈의 벌칙을 부과하는 일명 '핸디치기'로 1타당 200만원을 내놓게 했다.
이들이 D씨에게 뜯어낸 돈은 총 5500만원. 당초 D씨는 골프장에 현금 3000만원을 준비해 갔으나 골프를 치는 과정에서 돈을 모두 잃어 A씨에게 2500만원을 빌린 것으로 파악됐다.
다음 날까지 몸이 좋지 않은 것을 이상하게 여긴 D씨는 경찰서로 향해 "내기 골프를 했는데 이상한 커피를 마시고 사기를 당한 것 같다"고 호소했다. 이후 진행한 소변검사에서 마약성 신경안정제 성분이 검출됐다.
경찰은 "골프를 치는 내내 정신이 몽롱하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는 피해자와 당시 동행했던 캐디 등의 진술을 토대로 음식점 내 폐쇄회로(CC)TV 영상을 분석해 B씨가 커피에 무언가 넣어 섞는 장면을 포착했다.
이들은 알약 형태인 로라제팜 성분의 약물을 가루로 만들어 물에 섞은 후 커피에 주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를 섭외하고, 커피에 약을 탄 2명을 구속했다"며 "이들은 호구 물색, 꽁지, 바람잡이, 선수 등 역할을 분담하고서 피해자를 범행에 끌어들였다"고 설명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