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을 오가는 떼땅져 꽁뜨 샴페인..파가니니의 '라 캄파넬라' 바이올린 소리가..
2022.07.29 16:17
수정 : 2022.07.29 16:5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갑자기 파가니니의 '라 캄파넬라(La Campanella)' 바이올린 소리가 들려왔다. 악마가 농간을 부리는 연주기법이라는 그 바이올린 소리 말이다. 진한 아로마로 시작해 부드럽게 들어온 산도가 갑자기 날뛰듯 치솟고 이를 지릿한 이스트 향이 눌러주기를 몇차례, 떼땅져 꽁뜨 드 상파뉴 블랑 드 블랑 2011(Taittanger Comtes de Champagne Blanc de Blanc 2011)은 잔을 기울일때마다 파가니니의 초절기교를 떠오르게 만들었다.
프랑스 상파뉴 샴페인 하우스 '떼땅져(Taittinger)'의 오너 클로비스 떼땅져(Clovis Taittinger)가 지난 25일 새벽 서울을 찾았다. 그가 사랑하고 아끼는 떼땅져 여러 버전을 한아름 안고 왔다. 떼땅져는 세계 최고의 샴페인 하우스로 샤르도네(Chardonnay)를 특히 잘 다루는 곳이다. 포도밭의 규모가 288ha에 달하는 상퍄뉴 최대 규모의 샴페인 하우스이기도 하다. 포도밭이 넓다는 것은 그만큼 여러 리저브 와인을 보유할 수 있어 세계 최고의 샴페인을 만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떼땅져의 아이콘 샴페인인 꽁뜨 드 상파뉴 블랑 드 블랑은 제임스 서클링으로부터 100점을, 로버트 파커 주니어로부터 98점을 받는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샴페인으로 극찬을 받고 있다.
지난 26일 서울 강남구의 레스토랑 앤드트리(Andtree)에서 만난 그는 "코로나19로 끊긴 하늘길이 열리자 아시아에서 제일 먼저 서울을 찾았다"며 "떼땅저(Taittinger)는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브랜드 중 하나이고, 나의 가족이고, 나를 상징하는 샴페인"이라는 말로 인사말을 시작했다. 그가 아시아에서 가장 큰 시장인 일본보다 한국을 먼저 찾은 것은 그만큼 한국시장을 중요하게 보고 있어서다.
클로비스는 떼땅져 샴페인에 대해 "전통을 중시하는 꾸미지 않은 자연스러움을 추구하고 있다"며 "그래서 샴페인을 아주 단순하고 섬세하며 우아한 스타일로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만난 샴페인은 '떼땅져 브뤼 리저브(Taittinger Brut Reserve)', '떼땅져 프렐뤼드 그랑크뤼(Taittinger Prelude Grands Cru)', '떼땅져 꽁뜨 드 상파뉴 블랑 드 블랑 2011', '떼땅져 프레스티지 로제(Taittinger Prestige Rose Brut)', '떼땅져 녹턴 시티라이트(Taittinger Nocturne City Light)' 등 5종이다.
■브뤼 리저브..기본급인데 명가의 품격이
떼땅져 브뤼 리저브는 부드럽고 진한 과즙이 일품이다. 옅은 황금빛 와인이 따라진 잔에서는 열대과일 위주의 고급스런 아로마와 진한 이스트 향이 올라온다. 입에 넣어보면 프리런 주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올 정도로 아로마가 좋다. 산도도 아주 좋으며 잔잔하게 중심을 잡아가는 이스트 향도 매력적이다. 기포는 입속에서 강하게 요동치기보다는 절제된 우아함이 느껴진다. 샤르도네 40%, 피노 누아(Pinot Noir) & 피노 뮈니에(Pinot Meunier) 60%의 블렌딩이다. 가장 기본급 샴페인이지만 명가의 품격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프렐뤼드 그랑크뤼..신맛에서 기름진 느낌이 들 수 있을까
프렐뤼드 그랑크뤼는 샴페인 전용 잔이 아닌 보르도 와인잔 같은 볼이 넓은 잔에 서빙됐다. 기포를 느끼기 보다는 향에 취해보라는 의도였을까. 진한 레몬색의 액체가 담긴 잔에서는 누룽지가 먼저 생각나는 이스트 향이 진하게 올라왔다. 아주 고급스런 신맛을 함유한 냄새도 들어온다. 코를 박고 있는데 저절로 스월링 하게 만든다.
잔을 기울이자 혀를 타고 주르륵 떨어지는 과즙의 아로마가 매혹적이다. 고급스럽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의 부드럽고 정제된 맛이다. 산도도 끝내준다. 그런데 바스락 거리는 쨍한 산도가 아닌 모난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동글동글한 신맛이다. 신맛에서 기름진 느낌이 들 수 있을까. 넓은 잔에 따라져서 그런지 기포도 더 잘고 얌전해졌다. 그러나 입속에서는 존재감을 절대 잃지 않는다. 샤르도네 50%, 피노 누아 50%의 블렌딩이다.
■꽁뜨 드 상파뉴 블랑 드 블랑 2011..궁극을 오가는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소리가
꽁뜨 드 상파뉴 블랑 드 블랑은 빈티지 샴페인으로 옅은 황금빛 색상이 좋다. 떼땅져 최고의 와인으로 꼬뜨 드 블랑 내 그랑크뤼 밭 5곳에서 나는 샤르도네 100%로 만든 와인이다. 잔을 가까이 하자 고급스런 이스트 향이 확 들어온다. 아로마는 진한 트로피컬 과실 향에 서늘한 청사과 향이 섞여있다.
입에 넣어보니 부드럽고 진한 아로마가 일품이다. 프렐뤼드 그랑크뤼가 기름진 아로마라면 꽁뜨 드 상파뉴 블랑 드 블랑은 보다 신선한 여러가지 과일 아로마 시트가 쫙 펼쳐지는 느낌이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산도가 멈추지 않고 계속 치솟는다. 눈물샘을 자극할때쯤 약간은 지릿한 향의 이스트가 이 신맛을 눌러주는데 타이밍이 기가막히다. 그러나 입속에서 이스트 향이 사라질때쯤 다시 산도가 치솟으며 피니시를 이어간다. 마치 산도와 이스트가 순차적으로 날뛰는 느낌에 마치 '라 캄파넬라'를 연주하는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연주가 연상될 정도다. 기포를 느낄 새가 없이 고급스런 아로마와 흥분되는 산도, 독특한 이스트 향에 정신을 차리기 힘든 인상적인 샴페인이다.
■떼땅져 녹턴 시티 라이트..늦여름 밤 연상되는 맛
프레스티지 로제 브뤼도 진한 과실향에 산도가 좋은 로제 샴페인이다. 진한 색깔에 맞게 상당히 진중한 모습을 보여준다. 샤르도네 30%, 피노 누아 45%, 피노 뮈니에 25%의 블렌딩이다.
또 녹턴 시티 라이트는 '야상곡'이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샴페인이다. 앞선 샴페인들과 다르게 과실 아로마는 청사과 위주로 산뜻해지고 산도도 얌전하다. 이스트도 살짝 가라앉아 있는 느낌이다. 마치 늦여름 밤을 연상하게 만든다. 샤르도네 40%, 피노 누아& 피노 뮈니에 60%로 블렌딩 됐다.
클로비스에게 한국 음식과의 마리아주에 대해 물었다. 그는 "마리아주는 각자 자신이 선택하는 것"이라는 다소 모호한 말을 했다. 사실 샴페인은 모든 음식에 잘 어울린다. 그러나 그의 말 속에는 떼땅져는 어떤 음식과도 마리아주를 맞출 수 있다는 자신감도 느껴졌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