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촉즉발 '우유 대란'…하반기 '밀크플레이션' 덮치나

[파이낸셜뉴스] 8월 '우유 대란'이 가까워지고 있다.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놓고 낙농가와 정부가 좀처럼 이견을 못하면서, 업계는 '원유 납품 거부'까지 거론하며 강경 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하반기 '밀크플레이션(우유나 버터, 치즈를 재료로 하는 빵 등의 가격이 오르는 현상)'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7월 31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우유 가격 재산정을 위한 정부와 낙농협회의 협상은 무기한 중단된 상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최근 낙농협회와 정부 간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며 "낙농협회와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제도 개편과 원유 가격 결정을 위한 논의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그동안 원유 가격을 결정했던 현행 '생산비 연동제'를 폐지하고, 향후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차등가격제는 멸균 처리해 그대로 마시는 우유인 '음용유'와 치즈·버터 등 유제품을 만들 때 쓰는 '가공유'의 가격을 다르게 적용하는 것이다. 지금은 용도 구분 없이 쿼터 내 원유에 ℓ당 1100원을 적용하고 있지만 차등가격제가 적용되면 마시는 우유는 현 수준을 유지하고 가공유는 800원대 수준으로 가격을 내리게 된다.

정부는 낙농가의 원유 납품 물량을 일정량 보장하고, 생산비에 따라 원유 가격을 책정하는 현행 제도가 낙농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고 판단했다. 국내 원유 가격이 외국산보다 비싸 원유 수입이 늘고 있으니 가공 우유 가격을 더 낮춰 국산 사용을 촉진하겠다는 취지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0년간(2001~2021년) 유제품 소비량은 305만t에서 458만t으로 50.2% 증가했지만, 국산 원유 생산량은 234만t에서 203만t으로 13.2%가 줄었다. 자급률도 77.3%에서 45.7%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국내 원유가격은 72.2% 올라 유럽(19.6%), 미국(11.8%) 등 주요국 대비 큰 폭으로 인상됐다.

낙농가 "소득 감소" 결사 반대

하지만 낙농가는 음용유와 가공유 가격이 다르게 책정되면 농가 소득이 감소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농가에서는 유가공업체가 가공유를 중심으로 원유를 구매할 경우 실질적인 소득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최근 물가 상승 압력으로 사료값도 치솟는 상황에서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가격을 내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낙농 제도 개편안을 둘러싼 갈등이 지속되면서 다음 달부터 적용되는 새 원유 가격도 정해지지 않았다. 원유 가격은 매년 5월 통계청이 발표하는 우유 생산비를 토대로 협의를 거쳐 8월 1일 생산분부터 반영된다.

정부와 낙농가는 어떤 방식으로 원유 가격을 산정할 지 먼저 정한 뒤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원유 가격을 협상한다는 방침이다.

우유 많이 쓰는 제품 줄인상 가능성

농식품부와 낙농업계의 갈등이 장기화돼 원유 가격 결정이 늦어질 경우 우유 수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낙농업계는 원유 납품금지 등 강경투쟁을 예고한 상태다. 우유 대란이 발생하면 치즈 등 유제품뿐 아니라 빵, 커피 등 식료품 가격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정부와 낙농업계 모두 대화의 끈은 놓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농협과 낙농가 등과 협의를 지속하고 낙농협회에서도 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한다면 언제든 협상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낙농협회는 "정부가 신뢰를 말하기 전에 낙농가들에게 믿음을 줬는지 반성부터 하길 바란다"면서도 "해묵은 감정으로 싸움을 걸어올 시간에 낙농가들은 피가 말라 가는 만큼 (정부가) 제발 터놓고 협의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e-mail] 홍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