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만 5세 초등 입학' 논란…野 "실패한 정책" 철회 촉구

      2022.08.01 05:00   수정 : 2022.08.01 08:3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초등학교 입학연령 하향 문제가 정치권과 교육계의 주요 화두로 부상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월 29일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초중고 12학년제를 유지하되 취학연령을 1년 앞당기는 방안을 신속히 강구하라"고 지시하면서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만 5세로 낮추는 정책은 '이미 실패한 정책'이라며 즉각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교육계 일각에서조차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향후 정책추진 방향에 관심이 집중된다.

교육위 강득구 의원 "학생·학부모·교원 패싱한 졸속정책"


7월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지시한 '초등학교 취학연령 1년 하향' 문제를 두고 민주당이 강력 반발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영유아 발달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사회적 합의를 철저히 무시한 채 졸속으로 추진한 윤석열 정부를 강력 규탄한다"며 정책의 즉각 철회를 주장했다.

정서적 발달 등을 고려하면 만 5세의 '조기 입학'은 부작용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입학연령 하향에 따른 교원 수급 및 과밀학급 문제도 우려된다는 게 이유다.

민주당은 백년 대계인 교육 문제는 교육계와 국민들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고 보고, 당 차원의 대응까지 검토할 예정이다.

강 의원은 "만 5세는 정서적 발달고 사회성 함양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라며 "1995년 김영삼 정부에서도 학부모들이 원할 시 만 5세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킬 수 있도록 했지만, 아이들에게 부적응 등의 상처만 남긴다는 걸 직접 경험했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이후 정부에서 조기 취학 정책을 추진했지만 실효성과 타당성은 물론 교육현장의 의견 불일치로 실패했다는 점, 전 세계적으로도 영국을 제외하면 만 6세 진학이 대세라는 점 등을 거론했다.

강 의원은 "독일·미국 연구자들도 조기교육에 노출된 아동들은 학창시절에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했다"면서 취학연령 하향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했다.

교원수급이나 신도시 과밀학급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강 의원에 따르면 현재 한 반에 28명 이상인 수도권 과밀학급은 64.8%에 달한다. 강 의원은 "매년 25%씩 만 5세와 만 6세 아이들을 섞어서 교육시키는 상황은 2018년부터 2022년생 학부모들을 희생양으로 내모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취학연령 하향에 따른 후속대책 없이 우선 추진할 경우 교원, 공간 확보 문제와 같은 현실적 어려움이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교육 관련 단체·국민과 사회적 합의 거쳐야" 민주, 적극 대응 검토

강 의원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원칙적으로 이런 부분은 국가교육위원회에서 하는 게 맞다"며 "길게 보면 보육 통합과도 연결되는 부분이기 대문에, 다양한 경우의 수에 대비해서 교육 관련 단체, 국민들과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하는 사안"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교육은 100년 대계라고 한다. 학제 개편은 그야말로 긴 안 목으로 바라봐야 할 주요 정책"이라며 "국가교육위나 교육감 협의회 등 관련 단체와 비공식적으로라도 논의했어야 하는데 협의하는 과정이 전혀 없었던 게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은 같은 날 기자 간담회에서 "검토해볼 수 있는 문제"라면서도 "교육당국의 마스터플랜이 있는지, 교사 수급은 어떻게 할 것인지, 대학 진학 연령까지 낮출 것인지 등 마스터플랜을 놓고 국가교욱위원회에서 발표할 사안"이라며 신중론을 폈다.

민주당에서는 당 차원에서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강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교육위 소속 의원들에게 이 문제와 관련 추가 논의를 제안했다. 민주당 차원에서도 공식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당에도 적극 대응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측에선 윤 대통령이 '국면 전환용'으로 졸속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게 아닌지도 들여다볼 계획이다.

"만 5세, 정서적 발달·사회성 함양 중요한 시기"


교육계 일선 현장에서도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강 의원이 만 3~4세 장애아동 통합어린이집 특수교사로부터 받은 이메일에 따르면 특수교사는 "7살이라도 스스로 밥 먹기, 배변 뒷처리하기, 자기 물건 챙기기 등 학교에서 혼자서 해야 하는 것들에 완전히 발달이 되지 않은 상태"라며 "만 5세에 입학하는 것은 무리"라고 전했다.

이 교사는 이어 "현재 유치원생들도 사교육을 많이 받고 있는데 그 시기가 앞당겨져서 아이들의 자유롭게 놀이를 할 시간이 없어질까 걱정되는 것도 있다"며 "만 5세 학교 입학을 꼭 막아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야권과 일선 교육현장에서 입학연령 하향에 우려하는 만큼, 정부의 정책 추진 또한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한 번 한다면 추진한다'는 윤 대통령의 스타일을 고려할 때 즉각 철회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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