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는 돈만 불리는 기술? 소득·지출 관리가 먼저죠"
2022.07.31 18:43
수정 : 2022.07.31 18:43기사원문
금융감독원 금융민원총괄국 원스톱서비스팀 소속 유현미 상담전문역(사진)은 "흔히 재테크를 '돈 불리는 기술'로 믿는 내담자가 많은데, 기본은 자신을 파악하는 일"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시중은행에서 여·수신부터 고객관리, 교육, 프라이빗뱅커(PB)까지 두루 경험한 금융 전문가다. 국제재무설계사(CFP) 자격증을 갖추고 2014년 12월부터 금감원에서 재무상담 업무를 시작했다. 이 팀에서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상담한 사람만 8만4000명이 넘는다.
유 전문역은 재테크를 위한 3단계를 제시했다. 우선 '인적 자본'을 검토하는 일이다. 그는 "자신이 얼마만큼의 소득을 올리고, 이 가운데 어느 정도 잉여자금을 확보해 자산형성에 투입할 수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며 "재테크는 뭘로 돈을 불릴까가 아닌, 소득·지출관리를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데서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재무목표 설정이다. 목적지 없는 저축은 동력을 잃기 마련이다. 3년 내 주택 구입, 1년 내 자녀 교육비 5000만원 준비, 20년 내 노후자금 5억원 마련 등이 예시다. 단기·중기·장기적 계획을 나눠 수립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면 더 좋다.
유 전문역은 "주식투자도 목돈 마련 수단이 될 수 있으나 단기 수익률을 노리고 들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그보다는 종잣돈을 만들어 결혼, 출산 등 예상되는 이벤트에 대비하거나 깜짝 비용 대응력을 키우는 게 합리적"이라고 짚었다. 이어 "이 같은 재테크 개념이 일반에 확산된다면 '빚투(빚내서 투자)' 등 사회문제도 줄어들 수 있다"며 "이미 길이 정해져 있어 주가가 요동쳐도 마음이 동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여기까지 마치면 투자를 고민해도 된다. 증권투자, 예·적금 가입, 사업, 임대업 등에서 현 재무상태에 적합한 상품을 고르면 비로소 재테크 방향이 정해진다. 그는 충분한 공부를 거친 후 연금저축펀드 같은 간접상품부터 시도해보길 권했다. 흔히 주식을 유동자금으로 받아들이지만, 우량주라고 해도 '마음의 회계'는 제때 이를 환금하게 하는 합리적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주가가 크게 뛸 때 지출요인이 생겼다고 이를 뺄 수 있는 투자자가 얼마나 될까 생각해보면 쉽다.
유 전문역은 금융교육과 재무상담 필요성도 강조했다. "전 국민이 재무상담 대상"이라며 시민들 길잡이를 자처했다. 하지만 수요에 비해 손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를 포함해 팀원은 2명이 전부다. 국민연금, 지방자치단체 등에도 재무상담 관련 팀이 있으나, 상품 추천 등 이해관계 없는 조직들이 더욱 확산·정착해야 된다는 게 유 전문역의 바람이다.
그는 "누구나 쉽게 재무 고민을 얘기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낮춘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