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설비 기술로...'염도 0.3% 저염멸치' 개발
2022.08.01 09:32
수정 : 2022.08.01 09:3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현재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건조 멸치에 비해 염도를 20분의 1 이하로 대폭 낮춘 건강 저염멸치가 국내기술로 개발돼 시판에 들어간다.
식품 건조숙성 플랫폼 기업인 ㈜무풍지대는 반도체 제조 설비 메카니즘을 적용해 나트륨 함량을 식약처 저염 기준 이하로 대폭 낮춘 ‘염도 0.3% 미만의 깨끗하고 짜지않은 저염멸치’를 개발해 4일부터 롯데마트 전국 매장에서 판매한다.
㈜무풍지대는 식품 건조숙성기술 플랫폼 기업으로, 반도체와 LCD 제조장비 분야에서 30년 이상 기술을 쌓아온 엔지니어들이 중심이 돼 지난 2020년 6월 설립된 기업이다.
식약처의 ‘식품의약품안전고시’에 규정된 저염 기준은 100g 당 305mg 미만으로, 이 기준을 충족하는 저염멸치는 무풍지대 제품이 유일하다. 바닷물의 염도가 3%를 상회하는데다, 건조 및 유통과정에서의 변질을 막기 위해 많은 양의 소금을 추가하기 때문에 기존 제품들에 적용되는 냉풍·열풍·자연건조 기술로는 식약처의 저염기준을 충족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무풍지대는 반도체 제조 설비 및 공정에 적용되던 메커니즘을 바탕으로 자체 개발한 FIVEDnA(5DnA) 기술로 멸치의 맛과 영양은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저염기준을 충족하는 제품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FIVEDnA는 원적외선 진공건조숙성(Far Infrared Vacuum Environment for Dehydration and Aging)의 의미로 ㈜무풍지대가 독자 개발한 특허 기술이다. 식품 건조를 위해서는 열과 압력, 파장, 진공, 냉동의 5대 요소를 제어하는 것이 관건인데, 5DnA는 식품 특성에 따라 이 다섯 요소를 원하는 강도와 속도, 크기로 제어할 수 있다.
㈜무풍지대는 5DnA 제조공정에 대해 예방적 식품안전관리체계인 HACCP 인증을 획득했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세척 과정에서 버블 캐비테이션으로 불순물을 제거하고 염도를 낮추며 △원적외선 파장으로 멸치의 표면과 내장을 고르게 건조시키고 △열과 압력을 완벽하게 제어해 최적의 제품이 완성된다.
나트륨 섭취가 지나치면 소변을 통해 나트륨이 배출되면서 칼슘도 같이 배출되는데, 무풍지대 저염멸치는 염도를 0.3%까지 낮춤으로써 나트륨에 의한 칼슘 배출 흡수 저하를 최소화한다. 반면 비타민D는 칼슘의 흡수를 돕는데, 비타민D는 멸치의 내장에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5DnA 기술로 건조한 무풍지대 멸치는 내장을 따내지 않고 그대로 섭취해도 쓴맛이 덜한데, 겉과 내장이 고르게 건조돼 잔류 수분으로 인한 내장 변질 우려가 적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외부공기와 차단된 상태에서 열과 압력, 파장 등이 완벽하게 제어된 환경을 조성해 건조하기 때문에 균일한 품질로 장기간 보존이 가능하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기존 멸치의 경우 염도가 6~14%에 이를 정도로 나트륨 함량이 높다. 이는 육질이 연약하고 선도 저하가 급속한 멸치의 특성상 잡자마자 배위에서 끓는 소금물로 자숙시킨 후 내륙에 도착해 햇빛이나 냉·열풍 건조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여름철에는 변질을 막기 위해 자숙과정에서 소금을 더 넣기도 한다.
이같은 어업법은 일제 강점기에 시작된 것으로 지금까지 변하지 않고 유지돼 높은 농도의 나트륨 함량을 낮추는 일이 식품기술혁신의 사각지대로 남아있었다.
소금을 통해 인체에 흡수되는 나트륨은 과잉섭취할 경우 뇌·심혈관계 질환과 골다공증 등 위험을 높인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는 나트륨 하루 섭취량을 2,000mg 이하로 제한하도록 권장하고 있는데, 식약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들은 권장 상한선의 1.6배에 이를 만큼 많은 양의 나트륨을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무풍지대는 반도체와 LCD 장비분야에서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건조멸치를 식약처 저염기준에 부합하도록 하는 세척기술과 짧은 시간 사이에 겉과 속을 고르게 건조시키는 5DnA기술을 개발해 이 문제를 해결하고, 이번에 볶음용(지리)과 볶음조림용(가이리) 2종을 첫 제품으로 출시하게 됐다.
한편, ㈜무풍지대는 이번 저염멸치 개발을 시작으로 다양한 건조숙성 수산물과 축산물, 과일과 야채 등 지금까지 맛볼 수 없었던 프리미엄 건조식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출시할 예정이다.
courage@fnnews.com 전용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