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포기하는 ‘네버 코비드족’

      2022.08.01 18:19   수정 : 2022.08.01 18:20기사원문
#. 경기 성남에 거주하는 구준호씨(31·가명)는 올해 여름휴가 계획을 결국 접었다. 구씨는 "속초 해수욕장에 서핑을 하려고 휴가계획을 꼼꼼히 세웠지만 그만두려고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유는 코로나19였다.

구씨는 이제껏 코로나에 걸려본 적이 없다. 하지만 최근 재유행이 시작돼 중증환자가 늘고 있다는 소식에 고민 끝에 여행계획을 취소했다.

휴가 대신 '집콕'(집에 머물기)을 선택하는 '네버 코비드(never covid)족'이 늘고 있다. 네버 코비드족이란 지난 2020년 1월 첫 국내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코로나19에 한 번도 걸리지 않은 사람들을 말한다. 이들은 슈퍼면역체계를 가졌다는 부러움을 사지만 언제 코로나에 감염될지 불안한 마음도 크다.


1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여름휴가 절정인 8월 중순 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25만명 수준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신규 확진자는 지난주 같은 요일보다 1만여명 증가한 4만4689명이다. 감염 확산세의 '바로미터'인 주간 일평균 확진자는 8만1925명으로, 1주 만에 2만여명이 증가했다.

서울 서초구에 거주하는 회사원 이모씨(31)는 "몇 년째 휴가를 집에서 보내고 있다"며 "코로나19가 잠잠해졌나 싶어 해외로 휴가를 떠날 것도 생각해봤지만 재유행이 도래한 만큼 지난해처럼 그냥 집에서 쉴 생각"이라고 했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대학생 노모씨(27)는 "평소에도 코로나19에 감염될까 외부활동을 잘 안하는데 휴가철은 인구유동이 급격하게 늘어나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위험하다"며 "집에서 휴가를 즐기는 것이 억울하지만, 코로나19 감염 위험부담을 안은 채 휴가를 떠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확진돼도 과거처럼 별도의 시설과 공간이 아닌 재택근무로 전환하는 데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회사원 박모씨는 "지인으로부터 '목젖에 유리조각 박힌 듯' 병치레가 심하다고 들었다"며 "몸상태가 나쁜데도 회사는 재택근무로 근무형태만 변경하는 등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업무를 지시해 심적 부담이 크다"고 전했다.


수도권에 사는 50대 한 직장인은 "본인과 일부 가족까지 코로나19에 확진됐는데도 재택근무로 일상업무를 보는 바람에 제대로 쉬지 못했다"며 "충분한 휴식, 비확진자와 별개 공간에서 의식주를 해결하면서 집중치료가 필요한데도 재택근무 부담이 컸던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