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5세입학, 폐기 가능" 물러난 정부.. 野 "졸속추진 박순애 사퇴하라"
2022.08.03 07:00
수정 : 2022.08.03 07:0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2025년부터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낮추는 '취학연령 하향' 정책이 결국 백지화되는 모양새다. 지난 2일 대통령실에서 "정책 공식화가 아닌 공론화", 박순애 교육부 장관이 "국민들이 정말 아니라고 한다면 정책은 폐기될 수 있다"고 밝히면서다.
만 5세 조기입학 부작용을 우려해온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갑툭튀' 졸속 추진을 문제 삼아, 박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12만명 교육주체들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 정부에 정책 철회를 압박할 예정이다.
■ 정부, 성난 민심에 '정책 폐기'까지 시사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초등학교 입학 연령을 만 5세로 낮추는 정책은 백지화 수순에 들어갔다. 전날 대통령실이 정책 공식화가 아니라고 한 발 후퇴한 데 이어, 박순애 장관이 학부모단체 간담회에서 "어떻게 국민이 원하는 정책을 시행하겠느냐"라며 정책 폐기도 가능하다고 말하면서다. 지난 7월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취학연령 1년 하향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지 나흘 만이다. 학부모들이 모인 '맘 카페', 학부모 단체와와 사·공교육 단체, 야당의 거센 반발에 직면하자 정부가 한 발 물러선 것이다.
■野, 박순애 장관 사퇴·尹대통령 공식 사과 촉구
만 5세 조기입학 부작용을 우려하며 '졸속 추진'을 질타한 민주당에서는 박 장관의 사퇴와 윤 대통령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초등학교 취학연령을 1년 앞당기는 정부 방침에 온 나라가 시끄럽다. 처음에는 4년에 걸쳐 25%씩 앞당기겠다고 하더니 어제는 12년간 1개월씩 당길 수도 있다고 한다. 선생님부터 학부모까지 반대가 봇물을 이루자 하루 만에 또 말이 달라진 것"이라며 "교육 정책이야말로 '백년지대계'인데 졸속 정책임을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은 초중등교육법 개정이 필요한 이 정책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민주당에서는 취학연령 하향 졸속 추진을 고리로 박 장관의 적격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교육부 장관은 어떤 장관보다도 교육적으로 모범적이어야 한다. 그러나 청문회도 없이 임명된 박 장관은 만취운전 적발에 논문 표절, 투고 금지, 두 아들의 불법 입시 컨설팅까지 비리 백화점 수준"이라며 "박 장관은 지금이라도 갑툭튀 정책과 본인 부도덕성에 책임지고 자진사퇴해야 한다. 윤 대통령도 이 혼란에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과하라"고 했다.
국회 교육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같은 날 기자회견을 열고 "사회적 합의 없는 학제개편 추진은 혼란만 자초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강민정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조기 입학이 아닌 박 장관 조기 사퇴가 필요하다"고 직격했다.
교육위 위원들은 △정책 추진 근거가 없다는 점 △공론화 과정을 통한 국민의견 수렴이 없다는 점 △반대 의견과 갈등 해소를 위한 대안이 없다는 점 △학급당 학생수, 교원 1인당 학생 수 교육 여건이 나빠질 수 있다는 점 △대학입학 연령 조정 등 입시에도 유불리가 생길 수 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야당 교육위원들은 "무엇보다 발달 단계를 고려하지 않은 조기입학 제도는 초등학교 시작 단계부터 과도한 학습 부담을 야기해 학습 기초를 충실히 쌓지 못하게 함으로써 지속적인 학습의욕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며 "특히 사교육 시작 시기가 앞당겨져 아이와 부모의 부담이 들어날 수 있다"고 했다.
이들은 "충분한 사회적 협의과정 없이 졸속으로 결정된 5세 조기입학 방침은 즉각 철회돼야 한다"며 "교육부 장관은 졸속 행정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고 책임지고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 野 강득구, 설문조사 결과 발표.. "교육 정책은 더뎌도 충분히 고민하면서 가야"
조기입학 정책 반대에 앞장섰던 교육위 소속 강득구 의원은 오늘(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학생·학부모·교직원 등 교육주체 12만명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강 의원은 정책에 대한 교육주체 인식을 조사하기 위해 전국 학생들과 교직원, 대학 등을 대상으로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3일간 설문조사를 진행해왔다. 강 의원측에 따르면 90% 이상 대다수가 만 5세 입학 정책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강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교육주체들의 의견이 정부 정책에 적극 반영돼 정책이 철회될 수 있도록 촉구할 예정이다. 또 4일에는 만 5세 초등 취학 저지를 위한 범국민연대(42개 단체)와 국회의원 28명이 참여하는 긴급 기자 회견 및 토론회를 실시한다.
강 의원은 기자와 통화에서 "이번 기회를 반면교사 삼아서, 교육 정책은 사회적으로 합의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걸 알아야 한다"며 "교육 정책은 더디게 가더라도 조금 더 면밀하게 고민하면서 추진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학부모들과 국민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준 것에 대해 대통령이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 말 한마디 툭 뱉고 거둬들이는 식으로 정책을 추진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