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비밀애인', 왜 서방정부 제재 타깃이 됐나

      2022.08.03 11:04   수정 : 2022.08.03 11:1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공공연한 '비밀애인' 알리나 카바예바가 미국의 경제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국제 사회 공동 제재의 일환이다. 미국 재무부는 2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애인으로 알려진 알리나 마라토브나 카바예바에 대한 경제제재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CNN은 카바예바가 "러시아 연방정부의 지도자, 관리, 선임 관리, 또는 고위 위원으로 일하고 있거나 일했던 적이 있어"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고 밝혔다. 성명은 올해 39세의 카바예바가 '푸틴과 가까운 관계'라면서 그가 러시아 하원 전 의원이자 "친 크렘린 성향의 TV, 라디오, 인쇄기구 제국인 내셔널미디어그룹 현 책임자"라고 지적했다.


■러 체조영웅에서 '비공식 영부인'으로

카바예바는 러시아의 체조 영웅이다. 1998년 유럽 리듬체조 챔피언십으로 데뷔한 카바예바의 팀은 금메달을 거머줬는데, 당시 그의 나이는 15세로 최연소 출전 선수였다. 은퇴할 때까지 세계 선수권 대회에선 메달 18개를, 유럽 선수권 대회에선 메달 25개를 따는 기록을 세웠다. 러시아는 2000년부터 2016년까지 모든 올림픽 리듬체조 종목에서 금메달을 휩쓸었는데, 여기에는 카바예바의 공이 컸다. 리듬체조 선수들이 입는 복장인 레오타드에 치마가 도입된 것도 카바예바 덕분이다. 엄청난 유연성으로 인해 카바예바의 체조동작에 선정성 문제가 제기 되자 이를 치마로 가리는 방법이 나오게 된 것이다.

카바예바는 '러시아에서 가장 유연한 여성', '가장 많은 메달을 딴 체조선수', 그리고 미국 남성 매거진 맥심에 선정한 '가장 아름다운 러시아 미녀 베스트 100' 중 9위에 선정되는 등 평생동안 화제를 몰고 다녔으며 한때 파격적인 누드 화보를 찍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나 진짜 화려한 인생은 푸틴을 만나면서 시작됐다. 두사람의 관계가 언제 시작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여러가지 수상한 정황들이 꾸준히 나왔다. 지난 2008년 러시아 한 매체는 31살 차이의 푸틴과 카바예바가 레스토랑에서 키스하는 사진을 보도 했다. 이 매체는 푸틴 대통령이 아내 류드밀라와 이혼을 준비 중이며 카바예바와 결혼할 계획이라고 보도했고, 양측은 이를 부인했지만 얼마 후 이 신문사는 러시아 당국에 의해 폐간됐다.

■푸틴의 어린 연인, 국회의원..러시아 언론 재벌로

5년 후 푸틴과 류드밀라는 결별을 발표하면서 이 일이 카바예바와 어떤 관계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와 동시에 카바예바는 체조 영웅의 타이틀을 달고 러시아 정계에 입문했다. 집권 여당인 통합러시아당 공천을 받아 2014년까지 약 8년간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2014 소치올림픽에서는 현직 국회의원 성화주자로 등장했으며 올림픽 내내 푸틴의 곁을 지켰다. 그후 난데 없이 언론계에서 일한 경험이 전혀 없는데도 불구하고 러시아 내셔널 미디어 그룹 회장으로 임명됐다. 이 회사는 ‘푸틴의 자금책’으로 알려진 유리 코발추크가 2008년 창립한 회사인데 연봉이 1000만 달러(약 123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카바예바는 2018년부터 공식 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그런데 2019년 4월 모스크바의 한 병원에서 은밀히 쌍둥이 아들을 낳았다는 설이 제기되면서 다시금 세간의 관심이 집중됐다. 크렘린궁은 소문의 산부인과 전문의에 러 최고 훈장을 수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의 비밀금고 역할까지

서방세계가 카바예바에 대한 제재에 나선 이유는 강력한 미디어 권력을 이용해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 하는 선전매체의 수장이라는 시각 때문이다. 특히 카바예바는 엄청난 재산가로 알려져 있으며 스위스에 거주하며 수많은 럭셔리 자동차를 수집했다는 보도도 있다. 서방 정부는 푸틴 대통령의 공개된 두 딸과 더불어 카바예바를 푸틴 대통령의 재산 은닉처로 보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직후 유럽 일부 매체에서는 푸틴이 카바예바와 자식들을 스위스에 대피 시켰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미국의 제재에 앞서 유럽연합은 이미 카바예바에 대한 제재를 시작했다. 유럽 매체들이 보도한 EU의 제재 초안에는 "카바예바는 푸틴 대통령과 밀접하게 관계가 있다.
내셔널미디어그룹은 러시아의 선전 기관"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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