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로시의 뚝심
2022.08.03 18:39
수정 : 2022.08.03 18:39기사원문
펠로시 의장은 워싱턴 정가에서 소문난 여전사다. 싸움꾼 스타일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기싸움에서 한 치도 밀리지 않았다. 트럼프가 의회 연설에 앞서 자신이 청한 악수를 거부하자 등 뒤에서 그의 연설문을 찢어버린 일화는 유명하다. 특히 권력서열 3위인 그의 뚝심은 현 여당인 민주당도 못 말릴 정도다. 애초 조 바이든 대통령조차 "좋은 생각이 아니다"라고 말렸지만, 대만 방문을 강행한 데서 보듯이.
대만 방문 중에도 '돌직구 스타일'은 그대로였다. 그는 홍콩, 티베트, 위구르족 탄압 등 중국 정부의 아킬레스건을 하나하나 건드리면서 "최악의 인권 기록과 법치주의 무시는 계속되고 있다"고 시진핑 주석을 직격했다. 그렇다고 그가 '무데뽀 정치인'이란 말은 아니다. 그 나름대로 판세를 냉철하게 읽고 자신의 소신을 밀어붙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9년 문희상 국회의장 일행을 만났을 때 그의 이런 특장이 드러났다. 당시 문 의장은 펠로시에게 '만절필동'(萬折必東)이라고 쓴 친필 휘호를 선물했다. '황하가 만 번을 굽이치지만 결국 동쪽으로 흐른다'는 뜻의 4자성어에 담긴 사대주의가 논란이 되자 문 의장은 "북한 비핵화 협상이 우여곡절은 겪겠지만 결국 잘 풀릴 것이란 염원을 담은 글"이라고 해명했었다. 그러나 펠로시 의장은 "나는 북한을 믿지 않는다"고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내가 틀리고 당신들이 맞길 바란다"며 정동영 대표 등 국회대표단과의 설전도 마다하지 않았다. 이후 하노이 2차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북한은 비핵화 의지가 없다"는 그의 냉철한 예상이 적중한 셈이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