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는 미술관이지..'핫플'로 떠오른 울산 이곳
2022.08.06 08:00
수정 : 2022.08.06 08:00기사원문
★영화관보다 더 재밌게 더 오래 머물 수 있어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폭염과 열대야가 기승일 때는 더욱 시원한 미술관이다.
국내 미술계의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울산시립미술관이 무더위를 잊을만한 전시회를 열고 있다. 세계적인 작가들의 톡톡 튀는 상상력에 흐믓한 감동을 받고 순간 느끼는 영감은 덤이다.
마음껏 사진도 찍고 작품과 동화가 되어 보기도 한다.
개관한 지 6개월이 조금 넘은 울산시립미술관이지만 인기는 오래된 미술관 못지않다.
현재 백남준 탄생 90주년 특별기획전을 비롯해 정미경 개인전, 박주애, 최락준의 <1명의 어린이와 1000명의 어른들> 한중일 작가 11명의 작품 세계를 엿보는<예술 평화 : 0시의 현재> 가 전시되고 있다.
★ 용의 출현 "거북선이 왜 거기서 나와”
영화 ‘한산: 용의 출현’의 ‘용’은 거북선을 의미한다. 거북선은 거북의 모양을 본떴다. 한산대첩은 세계 해전사에서 손꼽히는 기록이다. 거북선은 ‘학익진’과 함께 이순신 장군의 상징물이기도 하다. 29년 전 세계적인 예술가 백남준이 1993년 독일 베를린의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최초로 선보였던 작품 ‘거북’을 통해서도 이 거북선이 전 세계 사람들에게 소개됐다.
울산시립미술관은 백남준 탄생 90년을 기념하면서 지난달 28일부터 오는 9월까지 ‘거북’의 전시회를 열고 있다.
166대의 TV 모니터를 거북 형상으로 설치한 이 거대한 미디어 조각품은 가로 10m, 세로 6m터의 거대한 규모로 관객을 압도하며 스펙터클의 정수를 가감 없이 보여준다.
모니터에서 셀 수 없는 다양한 이미지가 표출되고 있으며 특히 눈 부분에서는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도 볼 수 있다.
영상은 거북선의 외형에서부터 지붕의 송곳 등 세밀한 부분까지 보여준다.
일본에서 본격적인 미술공부를 시작했고 독일과 미국에서 예술적 정체성을 정립해 나간 백남준이지만 민족적 자긍심을 잃지 않았던 것이다.
★김치가 1위 그리고 중·일 순으로
함께 열리고 있는 또 하나의 전시는 ‘예술 평화 : 0시의 현재’이다.
사회적 대립과 갈등, 폭력과 혐오가 팽배한 오늘의 사회를 '예술'을 통해 바라보는 자리로 마련되었다.
전시에 참여하는 한국, 중국, 일본 출신의 작가 11인의 작품세계는 지리적 인접성에 근간한 문화적 연대와 함께 결정적인 순간 반목하고 분열할 수 있는 잠재적 불씨를 지니고 있음을 환기 시킨다.
그러면서도 정치, 경제적 이해관계를 초월해 공존과 상생의 미래를 건설하는데 있어 문화예술의 역할에 대해 함께 고민해 줄 것을 제안한다.
아이다 마코토의 작품 <동북아시아 장아찌 선수권 대회에서 최하위를 차지한 일본 대표 누카즈케의 항의 성명서>를 비롯해 '맥아더', 피카츄를 연장케 하는 도쿄의 거대 쥐 등을 다룬 작품도 눈길을 끈다.
★정연두의 오감도.. 많은 인기에 전시 연장
당초 7월 31일로 끝날 예정이었던 ‘정연두: 오감도(烏瞰圖)’은 오는 10월 10일까지 연장됐다. 관람객이 꾸준히 찾고 있다. 연장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
수 백 마리 까마귀떼가 하늘을 가득 메운 장관, 햇살이 태화강 물결 위로 일제히 부서지는 숨막힐 듯 아름다운 장면, 정결하고 단아한 푸른 대나무숲 풍경,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이 퇴근길에 나서는 씩씩한 모습 등이 작품에서 극적으로 아름답게 그려진다.
세계적 미디어 아티스트 정연두의 2022년 신작인 이 작품은 지난 4월 28일부터 울산시립미술관 미디어아트 전용 전시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작품은 ‘까마귀의 시선으로 바라본 울산의 모습’을 약 15분 길이의 파노라마 디지털 영상으로 만든 작품이다. 일본인 부모를 두고 한국에서 성장한 백인 보헤미안이자 길거리 공연 전문 가수인 안코드의 음악과 함께 영상에 담아냈다.
정연두 작가는 까마귀 떼와 가수 안코드의 모습을 통해, 일자리를 찾아 울산으로 이주한 노동자의 삶을 이야기한다. 한곳에 오래 정착하지 못하고 이동하며 살아가는 현대 도시민의 모습을 표현하면서 동시에 우리가 지향해야 할 도시의 꿈을 은유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