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원숭이두창 확산에 공중보건 비상사태 선언, '뒷북' 논란
2022.08.05 09:27
수정 : 2022.08.05 09:2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는 미국에서 공중보건 비상사태가 선언됐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하비어 베세라 보건복지부 장관은 4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우리는 이 바이러스를 다음 단계로 다룰 준비가 되어 있다"며 비상사태를 발표했다. 그는 "우리는 모든 미국인들이 원숭이두창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이 바이러스의 퇴치를 돕기 위해 책임감을 갖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미 정부는 비상사태 선포로 바이러스 차단을 위한 긴급자금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됐으며 백신과 치료제 분배를 개선할 제도적 발판을 마련했다. 또한 바이러스와 관련된 자료를 보다 자유롭게 수집할 수 있고 보건 인력 배치 및 새 치료제 승인 절차가 쉬워진다.
아프리카 중서부의 풍토병이었던 원숭이 두창은 지난 5월 영국을 시작으로 유럽에 퍼졌으며 점차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감염되면 천연두와 마찬가지로 발열, 두통, 근육통, 임파선염, 피로감 등 초기 증상이 나타난다. 이후 수포와 딱지가 피부에 생긴다. 통상 수주 내에 회복하지만 중증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잠복기는 5∼17일이고 치사율은 변종에 따라 1~10% 수준이다. 해당 바이러스는 밀접한 신체접촉으로 전염되며 동성애자를 비롯한 성소수자 환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의하면 4일 기준 전 세계 확진자는 2만6864명이었으며 약 88개 국가에서 환자가 발견됐다. 미국 내 확진자는 7101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았고 아직 사망자는 확인되지 않았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23일에 원숭이 두창 확산에 '국제적 공중보건 비상사태(PHEIC)'를 선언했다.
미 언론들은 코로나19를 겪었던 미 정부가 급속한 원숭이 두창 확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실수를 반복했다고 비난했다. 지금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은 덴마크 제약사 바바리안 노르딕이 개발한 천연두 백신인 진네오스를 원숭이 두창 백신으로 사용하고 있다. 미 정부는 약 10년 전에 해당 백신을 약 2000만회분 가지고 있다고 밝혔으나 지난 5월 기준으로 대부분 백신들의 유통기한이 만료됐다. NYT는 미 정부가 지난 6월 대규모 동성애자 행사를 앞두고 성소수자 집단에 원숭이 두창에 대한 경고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미 에머리 대학의 카를로스 델 리오 전염병 전문의는 “우리는 세계 인구의 5%를 차지하고 있지만 전 세계 확진자의 25%가 미국에서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솔직하기 이건 대응 실패다”고 말했다.
앞서 백악관은 지난 2일 원숭이두창을 범정부적으로 관리 감독하기 위해 백악관 원숭이두창 대응 조정관에 로버트 펜튼을, 부조정관에 드미트리 다스칼라키스를 각각 임명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