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만 인근에 항모 남기며 中 도발 대응, 긴장 완화 촉구
2022.08.05 10:40
수정 : 2022.08.05 10:4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국 정부가 이달 대만을 향한 중국의 무력시위를 비난하고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은 대만 인근에 배치한 항공모함 전단을 며칠 더 그대로 두겠다면서 예정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은 연기하며 긴장 조절에 나섰다.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 회의를 위해 캄보디아를 방문 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4일 발표에서 "중국이 위기를 만들거나 공격적인 군사행동을 늘리려는 구실을 찾지 않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 2일 미국 정가 서열 3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민주·캘리포니아주)이 대만을 방문하자 대만을 주권국가로 인정한 셈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이후 4~7일에 걸쳐 대만 주변 해역에서 대규모 군사 훈련을 예고했다. 중국은 4일 대만 북동쪽과 동쪽, 남동쪽 해역에 11발의 둥펑 계열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이 가운데 4발은 사상 최초로 대만 섬 상공을 가로질렀다. 다른 5발은 일본이 설정한 배타적경제수역(EEZ) 안쪽에 떨어졌다. 같은날 대만 방면의 중국군 동부 전구 소속 공군과 해군 군용기 약 100대도 대만 북부와 서부, 동부 공역을 비행했다. 이 가운데 22대가 중국과 대만의 국경 역할을 하는 대만해협 중간선을 넘었다.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 타임스는 중국군이 대만 주변 군사훈련을 위해 최소 1척의 핵추진 잠수함을 포함한 항공모함 전단을 파견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 2일 펠로시의 대만 방문에 대비하기 위해 미 해군 7함대 소속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이 포함된 항공모함 전단을 필리핀 해역에 파견했다. 해당 지역은 대만 남동쪽 해역을 포함한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4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중국의 도발 행위를 비난했다. 그는 11발의 미사일을 언급하고 "우리는 무책임하고 대만해협과 역내에 걸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려는 우리의 오랜 목표와 상충되는 이같은 행동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커비는 "우리는 이 같은 행동들이 계속될 것이고, 중국인들이 앞으로 수일 동안 계속해서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역내에서 일본을 포함한 우리 동맹의 안보에 대한 약속을 입증하기 위해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레이건함은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조금 더 오래 그곳에 있을 것"이라며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레이건함과 호위함을 그곳에 조금 더 오래 두는 게 현명하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또한 커비는 앞으로 몇 주 안에 미군이 대만 해협 상공과 해상 통과를 실시할 예정이라며 대만 해협이 중국의 영해가 아닌 공해라고 강조했다.
커비는 이날 발표에서 중국에 대응하겠지만 긴장을 더 이상 고조시키지 않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은 단호할 뿐만 아니라 변함없이 책임질 것"이라며 "우리는 추가적으로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허용하는 게 미국과 대만, 역내의 이익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커비는 이와 관련해 이번주 미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실시할 예정이었던 ICBM '미니트맨-3'의 시험발사를 가까운 장래로 재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대만 주변의 군사 훈련으로 불안정을 조성하고 있는 대신 미국은 오판의 위험을 줄임으로써 핵보유국으로서 책임있는 행동을 입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