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만에 대한 고강도 군사행동 : '투키디데스 함정'은 불가피한가

      2022.08.06 09:25   수정 : 2022.08.07 01:0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아시아 순방 중인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 방문을 통해 대중국 견제에 나선 것에 대한 반발로 중국이 1995~96년 대만위기 이후 가장 강력한 군사공세에 나섰다.

중국은 4~7일 대만해협을 둘러싸고 인민해방군을 동원해 '실탄 사격'을 포함한 포위식 군사 훈련을 실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외신에 의하면 실제로 4일 중국 군용기 22대가 중간선을 넘었다 돌아갔다.

또 이날 오후 1시56분부터 오후 4시까지 대만 북부와 남부, 동부 주변 해역에 모두 11발의 둥펑 계열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또 같은 날 장거리 정밀 타격 훈련도 있었지만, 중국은 5일 발표에서 이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대만(타이완) 국방부는 5일 "중국 군용기 68대와 해군 군함 13척이 대만해협에서 훈련을 실시했다"며 "이 중 일부는 중간선으로 알려진 양측의 비공식 완충 지역을 의도적으로 넘었다"고 밝혔다.

이날 대만 국방부는 성명에서 "중국군이 현상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대만 수역과 영공을 침범했다"고 비난하고, 이에 "경보 방송과 전투기, 함정, 지상 미사일을 사용해 대응했다"고 밝혔다. 중국도 대만해협에서 예고했던 군사 훈련 이틀째로 '공중 및 해상 전투 훈련을 실시했다'고 확인했다.

일본 교도통신과 NHK도 4일 중국이 발사한 탄도미사일 11발 중 5발은 일본의 EEZ (배타적경제수역) 안쪽에 떨어져 일본 정부가 중국 측에 강력 항의했다고 보도했다.

같은날 기시 노부오 일본 방위상은 “일본의 안전보장, 국민의 안전과 관련된 중대한 문제다. 강하게 비난한다”고 밝혔다. 중국의 탄도미사일이 일본이 설정한 EEZ 안쪽에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의 대만해협 공세는 중국이 '회색지대전략에서→흑백지대 역학으로 공세 전환'을 현시한 것으로 우크라이나 전쟁과 연계돼 그 상황이 위중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이번 중국의 공세는 전선을 일본으로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우발적 충돌 가능성도 내재돼 사태의 심각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반길주 인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안보연구센터장은 "현재 중국은 미국과의 힘의 역학변화, 군사력 격차는 1995-96년 대만위기 당시보다 훨씬 좁혀졌다"며 "이로 인해 미·중 정책결정자의 인식도 변화하면서 '위기관리 역학'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서로가 '원하지 않는 군사적 충돌로 비화'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짚었다.

반 센터장는 "이번 중국의 공세는 그레이엄 앨리슨이 언급한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지적하고 "중국은 1990년대와 달리 랴오닝함과 산둥함 등 2척의 항모를 운용 중이며 지난 6월 3번째 항공모함 푸젠함을 진수하는 등 해군력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상대방에 대한 '강압'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은 신흥 강국이 부상하면 기존의 강대국이 이를 견제하는 과정에서 무력 충돌과 전쟁이 발생한다는 뜻이다.

지난 1996년 대만위기 당시 중국은 대만해협에 미사일 등 실발사 훈련과 대규모 병력배치를 통해 대만정부의 친미행보를 군사적으로 강압한 바 있다. 당시엔 미국이 항공강습단 등 대규모 군사력을 대만해협으로 보내며 강경대응하자 중국은 바로 군사행동을 중단하고 철수하는 굴욕을 겪어야 했다.

이번에도 미국이 항공모함을 배치하는 등 강력한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1996년 당시와 달리 중국은 대만상공으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고강도 공세를 감행하면서 '대국굴기' 차원에서 1990년대와 다른 강대국이라는 현시를 시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반 센터장은 "'투키디데스 함정'의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은 중국의 대만에 대한 ‘흑백지대공세’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며 "특히 중국이 발사한 미사일 중 일부가 일본 EEZ 안쪽으로 탄착된 것은 일본으로까지 전선을 확대하더라도 대만은 반드시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했다.

중국은 그동안 남중국해에서 장기적으로 상대방의 이익을 잠식시키는 회색지대전략을 채택해오면서도 소위 '레드라인'은 넘지 않았다. 하지만 대만에 대해서는 일국양제 원칙 고수 차원에서 흑백지대역학을 가동시키고 있다는 해석이다.

대만은 중국이 레드라인을 넘더라도 반드시 지켜야할 영역으로 규정하고 있기에 미국과의 충돌 가능성이 가장 높은 대리전 지대로서 기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반 센터장은 "미국과 중국 그 어느 쪽도 전쟁은 원하지 않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대만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위기관리 장치가 가동되지 않으면 우발적인 군사충돌 발생으로 결국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질 수 있다"며 "따라서 미·중 양국은 ‘억제’와 ‘위기관리’를 모두 가동시키는 투트랙 전략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 미국과 동맹국이며 중국은 지정학적 이웃국이라는 점에서 대만 문제를 남의 일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현실을 분명히 인식하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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