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지휘소 조기경보통제기(상)
2022.08.06 23:49
수정 : 2022.08.07 14:00기사원문
제2차 대전 당시 침략 전쟁을 일으킨 추축국(樞軸國, Axis powers)인 당시 나치 독일, 이탈리아 왕국, 일본 제국 등 삼국 동맹보다 군사 과학 기술 분야에서 연합국의 능력이 결코 뒤지지 않은 것이 중 하나가 레이더(Radar)로 대표되는 조기경보 기술이었다.
태평양 전쟁에서도 레이더를 장착한 미군 함정은 적기의 내습을 사전에 감지할 수 있었던 반면, 고출력의 레이더를 작게 제작해 함정에 장착할 기술을 보유하지 못한 일본은 인간의 오감을 기반으로 하는 구시대적 경보 체제에 의존했다. 이런 차이 등으로 인해 일본은 점차 궁지에 몰리기 시작했고 제2차 세계 대전 말기가 되자 전투기에 폭탄을 싣고 연합군의 전함에 충돌해 자살 공격을 감행하는 일본의 가미카제(일본어: 神風, Kamikaze) 특공대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하게 된다.
하지만 1943년 영국이 웰링턴 폭격기 상부에 레이더를 장착한 실험용 조기경보기는 성능 부족으로 실전 배치까지는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런데 이러한 가미카제식 공격은 오히려 조기경보기의 개발을 촉진했다. 당시 함정에 탑재된 레이더로 가미카제의 접근을 인지할 수는 있었지만, 충분히 요격 준비를 갖추기에는 탐지 거리가 짧았다. 둥그런 지구의 특성으로 인하여 수평선 너머까지의 탐색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결국 미국은 레이더를 탑재한 항공기를 함정에 설치된 레이더의 탐지거리 밖으로 날려 보내 확장된 감시망을 구축하는 방법에 대해서 연구를 시작했다. 바로 조기경보기(AEW: Airborne Early Warning)를 구상한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육상 기지를 기반으로 운용되는 유사 시스템에 관한 연구가 영국 등에서 시도됐으나 성공적이지는 못했다.
1944년 2월, 미 해군의 의뢰를 받은 MIT는 TBM 뇌격기를 플랫폼으로 한 TBM-W 실험기를 제작하였다. 이후 이를 바탕으로 미 해군과 공군은 각각 목적에 적합한 보다 실용적인 조기경보기의 개발에 나섰다.
현대에 이르러 공중조기경보통제기의 대명사가 된 AWACS(Airborne Warning And Control System)는 적 항공기의 공격뿐 아니라 지상 표적을 포함한 감시를 수행하고 BMC2(Battle Management/Command and Control :새로운 전투관리 및 지휘통제) 사업의 일환으로 개발됐다.
높은 고도에서 항공기에 탑재된 레이더를 통해 유사한 지상 기반 레이더보다 훨씬 더 멀리 있는 표적을 탐지 및 추적하고 아군 항공기와 적대 항공기를 구별할 수 있다. 지상 레이더와 마찬가지로 적군에 의해 탐지될 수 있지만 이동성과 확장된 센서 범위로 인해 반격에 훨씬 덜 취약하다.
공식적으로 AEW&C(Airborne Early Warning & Control)는 '공중 조기경보 및 통제·관제 체계'라는 의미다.
공중조기경보통제(AEW&C) 시스템은 장거리에서 항공기, 선박, 차량, 미사일 및 기타 들어오는 발사체를 탐지하고 전투기와 공격을 지시해 공중 교전에서 전장의 지휘 및 통제를 수행하도록 설계된 공중 레이더시스템이다.
이제는 같은 의미로 쓰이는 AWACS는 본래 E-3에 탑재된 시스템의 이름으로써 쓰이는 고유명사였지만, 현재는 사실상 조기경보통제기를 뜻하는 보통명사가 됐다.
AWACS 항공기는 방어 및 공세 항공 작전 모두에 사용되며, NATO 및 미국에서 훈련되거나 통합된 공군에 대한 전투 정보센터가 해군 군함에 대한 것인 동시에 고도의 이동성 및 강력한 레이더 플랫폼이 될 수 있다.
AWACS 시스템은 공격과 방어에 있어서 아군 전투기를 목표 위치로 안내하고 공중과 지상의 적군에 대한 반격을 지시하는 데 사용된다. 높은 고도에서 운용되는 지휘 및 통제 항공기의 이점은 매우 유용하여 일부 해군은 해상에서 군함에서도 운용한다.
AWACS 시스템이 탑재된 E-3는 수백km 밖에 있는 항공기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제한적으로나마 지상 및 수상을 이동하는 전차·차량·함정 등의 움직임도 탐지 가능하며, 지휘통제 기능도 가지고 있어서 레이다로 입수된 정보를 토대로 작전지휘도 가능하다. 냉전 종식 후 미 공군이 보여주었던 우월한 공중전투 능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E-3에는 조종사 2명 외에 항법사와 엔지니어(항공기관사)까지 총 4명이 탑승해 조종을 담당하며 그 외에 13~18명의 항공관제사가 레이다를 조작하고 아군 항공기들에 정보를 전달하며, 이들을 지휘·통제한다.
기체 자체는 구형 중고 보잉 707 여객기를 기반으로하여 엔진을 프랫 휘트니 사의 TF-33-PW- 100/100A엔진 4기로 바꾸는 등 여기저기 손을 본 물건이며 자체 비행거리는 대략 1만km, 시간상으로는 11시간 동안 비행하면서 관제 임무를 수행하며 공중급유장치 또한 가지고 있기에 더 오랫동안 공중에 머무는 것이 가능하다.
E-3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레이더는 웨스팅하우스社의 AN/APY-1, 혹은 AN/APY-2로 레이더로 유압의 힘에 의해 분당 4회 회전하며 작동 중지 시에도 윤활유의 유지를 위해 4분당 1회 회전한다. 이 레이더는 블록 35 기준으로 저고도에서 비행 중인 목표물에 대해서는 360km 밖 거리에서도 탐지가 가능하며, 고도가 높은 물체는 470km 밖에서 600개의 목표를 탐지할 수 있다. 레이다가 회전을 해 전통방식의 레이더로 오해받는 경우가 있으나, 수동형 전자 주사식 안테나(PESA)를 사용한다. 초기형인 APY-1에 비해 APY-2는 해상 저고도 비행 표적에 대한 탐지 능력도 크게 올랐고, 80노트 이하로 날아가는 표적을 추적할 수 있게 되었다. 이후 수집된 데이터는 IBM 4PiCC-1 중앙 컴퓨터를 통해서 고속 처리된다. 레이더는 이착륙 시나 대기 중일 때처럼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정면으로 약 6도가량 기울어져서 공기저항을 줄인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