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덩, 깨끗한 석촌호수서 수영대회…멋진 추억 생겼어요"
2022.08.07 17:32
수정 : 2022.08.07 19:11기사원문
7일 오전 7시, 420명의 사람들이 줄지어 석촌호수에 뛰어들었다. 해수욕장이나 계곡 등에서나 볼법한 광경이 도심에서 펼쳐지자 산책을 나온 시민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롯데월드타워는 이날 오전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서 이색 스포츠대회 '2022 LOTTE Oe 레이스(Race)'를 열었다.
5개 조로 나뉜 420명의 참가자들은 대열을 이뤄 순서대로 입수했다. 이들은 망설임 없이 일사분란하게 호수로 뛰어들었고 이내 힘차게 물길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25분 정도 지나자 수영 코스를 완주한 선두그룹이 지상으로 올라왔다. 참가자들은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거친 숨을 내쉬며 스카이런 코스를 향해 달려갔다. 롯데월드타워 계단 곳곳에서는 "파이팅, 파이팅. 조금만 더"라며 서로를 격려하는 응원과 헉헉대는 가쁜 숨소리가 울려퍼졌다.
123층 피니시라인을 가장 빠른 시간 안에 넘은 사람은 남성부 김재현씨(20)였다. 대전에서 왔다는 김씨는 "롯데월드타워에 한 번도 안와봐서 타워도 와볼 겸 대회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영 코스를 마치고 계단을 오르는데, 한참 올랐는데도 층수가 안 바뀌고 끝이 안 나더라"면서 "그래도 아무 생각 없이 올라가자는 생각으로 완주했다"고 웃어보였다.
여성부 1위를 차지한 황지호씨(43)는 석촌호수에서 수영을 할 수 있다고 해서 신기한 마음에 참가했다고 한다. 황씨는 "평소에 트라이애슬론, 트레일런으로 체력을 다진 덕분에 많이 힘든 건 없었다"면서 "동호인들끼리 하는 경기라 1등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대회에 참가한 이들의 공통적인 후기는 석촌호수 수질이 예상보다 좋았다는 것이다. 김씨와 황씨는 각각 "지금까지 나갔던 대회 중 물이 제일 깨끗하다", "더럽지 않고 냄새도 안났다"고 전했다. 여성부에 참가한 이지현씨(40)도 "물을 많이 먹었는데도 괜찮았다"고 말했고, 남성부 최규서씨(28) 역시 "호수가 더러울 줄 알았는데 막상 수영을 해보니까 수질이 아주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이날 대회에는 왼쪽 무릎 아래를 절단한 상태로 코스를 완주한 참가자도 있었다. 남성부에 참여한 이주영씨(42)는 의족 없이 오른쪽 다리로만 수영을 하고, 이어 왼쪽 다리에 의족을 착용한 채 스카이런 코스를 마쳤다. 이씨는 "저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에게 '나 이렇게 잘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 참가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제가 몇 위로 들어왔다는 사실보다 국내에서 내로라 하는 철인3종 선수들과 같이 경쟁할 수 있어서 기쁘다"며 벅찬 마음을 전했다.
한편, 석촌호수에서 수영 대회가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지주와 롯데물산은 송파구청과 함께 석촌호수 수질 개선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롯데물산 관계자는 "행사를 위해 전문기관에 수질 검사를 의뢰한 결과 국제트라이애슬론연맹(ITU) 기준 '매우 좋은 수질' 판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류제돈 롯데물산 대표이사는 "꾸준한 수질 개선 활동으로 맑아진 석촌호수에서 특별한 스포츠 대회를 열게 돼 기쁘다"며 "앞으로도 석촌호수를 깨끗하게 가꿔 시민들의 놀이터이자 문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ju0@fnnews.com 김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