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적해이 부추기는 취약층 부채 90% 감면

      2022.08.07 18:36   수정 : 2022.08.07 18:47기사원문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채무조정 방안인 새출발기금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새출발기금은 대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층 대출자의 부실채권을 사들여 채무를 조정해주는 계획으로 총 30조원 규모다. 6월 말 기준 금융권 만기 연장, 이자 상환유예 지원을 받고 있거나 손실보상금 또는 재난지원금을 수령한 개인사업자·소상공인이 대상이다.



기금의 핵심은 기존 대출을 장기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하면서 금리를 연 3∼5%로 낮춰주고, 90일 이상 연체한 채무자의 원금 가운데 60∼90%를 감면해 준다는 것이다. 이에 원금감면의 손실을 떠안을 은행들은 감면율을 최고 90%까지로 정한 것은 지나치다며 '부실차주'를 양산하고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은행권은 다음 주 감면율을 10∼50% 정도로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한다.

우리는 은행들의 이런 주장에 일리가 있다고 본다. 개인사업자나 소상공인들이 코로나19로 경영에 천재지변과 같은 타격을 입고, 그 때문에 감당 못할 부채를 졌다면 정부가 재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은 옳은 정책이다. 그러나 어느 선까지 지원하느냐 하는 기준의 문제가 제기된다. 최대 90%까지 채무액을 깎아준다면 비슷한 상황을 겪고도 재산을 처분해서라도 원리금을 꼬박꼬박 갚아온 이들과의 형평에 어긋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힘들게 빚을 갚아온 사람들은 뭔가. 빚을 갚지 않고 버틴 사람만 덕을 보는 제도"라는 성실한 채무자의 불만에 정부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겠는가. 90% 탕감은 과도한 지원책임이 분명하다.

또한 아직 정부의 최종안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채무조정 한도를 개인 자영업자는 25억원, 법인 소상공인은 30억원까지로 하겠다는 것도 문제가 있다. 영세 사업자라고 할 수 없는, 30억원이라는 돈을 들여 큰 사업을 벌이는 법인까지 정부가 책임을 지겠다는 것은 박탈감과 상실감을 줄 수 있다. 금융당국은 "'공정과 상식'의 관점에서 무분별한 부채탕감은 이치에 맞지 않는 무분별한 포퓰리즘"이라는 어느 정치인의 지적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상환기간을 열흘만 넘겨도 채무조정 대상에 넣고 연체이자 감면, 금리인하 등의 혜택을 주는 것도 상식의 틀에서 벗어났다. 채무자들이 고의로 상환을 미루도록 유도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 적어도 연체기간이 한 달을 넘겼을 때 부실 우려가 있는 채무자로 분류하는 것이 온당하다고 본다. 열흘을 넘겨도 한 달 후에는 갚을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취약계층의 어려움은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나누어야 하고, 그들을 도와주는 시책을 펴는 것은 당연한 국가의 책무다.
채권자인 은행들도 사회적 공기(公器)로서 고통을 분담하는 공공적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도 상식의 궤도를 벗어나서는 곤란하다.
국민 다수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 과도한 지원책은 재고함이 마땅하다.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