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간호기록부 위조했어도, 의사면허 취소 못 해"

      2022.08.09 12:05   수정 : 2022.08.09 12:0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출산 영아의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으로 산모와 의료분쟁 중이던 산부인과 의사가 간호기록부를 위조해 유죄를 선고받았더라도 의사 면허까지 취소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의료법에 규정된 의사면허 결격 사유에 일반적인 사문서 위조는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A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낸 의사면허 취소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서울 강남구에서 산부인과 의원을 운영하는 의사 A씨는 2015년 1월 자신이 담당한 산모의 출산 과정에서 신생아가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을 입자, 2016년 9월 업무상과실치상,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신생아 뇌손상에 출산 직후 산모 등의 신고로 의료 분쟁이 시작됐는데, A씨는 자신의 업무상 과실을 은폐하고자 출산 당일인 2015년 1월 18일과 다음날인 19일자 간호기록지를 2015년 3월~4월 다시 기록했다.
간호기록지에는 산모와 태아의 상태, 산모에게 취한 조치 내용, 조치 시각이 담겼다. A씨는 이 기록지에 간호사들의 서명을 받아 2014년 4월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제출했다.

이후 법원은 A씨에 대해 업무상과실치상(태아 상해 부분) 혐의는 무죄로, 사문서위조와 위조사문서행사, 업무방해 혐의는 유죄로 보고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고 2020년 2월 확정됐다. 이후 보건복지부가 이 확정 판결을 근거로 A씨에게 의사면허 취소 처분을 내리자 A씨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A씨는 "의료법 제8조 제4호의 결격사유는 허위진단서 작성죄와 허위진단서 행사죄에 한정되는데, 위조된 간호기록지 행사죄는 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의료법 8조 4호가 정한 결격사유인 '형법 제233조, 제234조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자'에 허위진단서 작성죄 및 허위진단서 행사죄로 처벌받은 자로 한정되는지, 일반 위조 사문서 행사죄도 포함되는지가 쟁점이었다.

이에 대해 법원은 A씨 손을 들어줬다. 1심과 2심은 "의료법 8조가 정한 결격사유는 허위진단서 작성죄 및 허위진단서 행사죄로 처벌받은 자에 한정된다고 해석해야 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기존 의료법에는 범죄 종류를 불문하고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의사 면허가 취소됐으나, 2000년 1월 개정되면서 의사면허 결격사유를 의료관령법령 위반으로 제한했다. 즉, 의료인의 결격사유 및 면허취소사유는 의료법 또는 보건의료와 관련되는 법령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로 한정된다.

그런데 법 상 간호기록부 위조는 사문서 위조로, 의료 관련 범행이라고 볼 수 없고 이에 따라 의사면허 취소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1심은 "A씨가 보건의료에 관련된 문서인 간호기록부를 위조했어도 보건 의료에 관련된 사문서를 위조하고 행사한 경우를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로 포함시키는 별도의 입법이 없는 이상, 이를 사유로 한 의사면허취소는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2심도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대법원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구 의료법 제8조 제4호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상고기각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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