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기준 위반 외항선 수리조선소서 외국인 선원 도주…부산해수청 "몰랐다"
2022.08.09 13:10
수정 : 2022.08.09 13:10기사원문
(부산=뉴스1) 손연우 기자 = 부산 사하구 감천항에 있는 A 수리조선소에서 당국의 감시망이 허술한 틈을 타 외국인 승선원이 무단 이탈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조선소는 외항선 수리조선소 허가 기준을 위반한 채 운영하고 있었지만 관리감독기관인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은 사고 발생 전까지 위반 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이다.
뉴스1 취재내용을 종합하면 지난달 30일 오후4시30분쯤 A 수리조선소에 입항한 대한민국 국적 외항선에서 인도네시아 국적 40대 승선원 B씨가 무단으로 내려 육지로 도주했다. B씨는 상륙허가나 입국심사를 받지 않은 상태였다.
외항선 수리조선소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조선소 경계지역에 울타리와 보안장비 등을 설치하고 출입구마다 경비인력을 배치해야 한다. 외국인의 무단이탈을 통해 발생하는 밀입국·밀수 등의 사고를 막기 위해 법에서 이같이 정하고 있다.
A 조선소의 경우 바로 옆에 있는 C 수리조선소와의 경계 지역에 보안시설을 전혀 설치하지 않았다. C조선소는 내항선 수리조선소이기 때문에 펜스 등을 설치하거나 경비 인력을 따로 배치할 의무가 없다.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B씨는 큰 문제없이 도주한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출입국외국인청측은 도주 5일 만인 지난 4일 경북 구미 인근에서 B씨를 검거했다. 조사과정에서 B씨는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불법으로라도 더 나은 직장에 취업하기 위해 도주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는 현재 B씨의 도주를 도운 조력자가 있었는지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
외항선의 입항이 잦은 중요 보안지역이지만 일대 시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인근 수리조선소 관계자들은 인근에서 외국인 승선원이 도주한 사고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외항선 수리조선소의 경우 운영허가 기준에 따라 조선소 경계구역에 반드시 울타리나 보안장비를 설치한 뒤 심사를 받고 통과해야 운영이 가능하지만 A조선소는 운영 초기부터 보안시설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발생한지 열흘이 지났지만 A조선소는 현재까지도 시설을 보완하지 않고 있으며 부산해수청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인근 조선소 관계자는 "(부산해수청이) 알고도 묵인했는지 대충 허가를 내준 것인지 알 수가 없다. 국경이나 다름없는 곳인데 모두 안전불감증에 걸려서 너무 안일하게 관리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A 수리조선소 관계자는 현재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지난 4월 운영을 처음 시작할 당시 보안 펜스 설치 관련 사항에 대해 정확히 파악할 여력이 없었다"고 입장을 밝혔다. 또다른 관계자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할말이 없다"고 했다.
부산해수청 관계자는 "A조선소 허가 당시 보안평가는 정상적으로 통과된 것으로 알고 있다. 오늘(9일) 관계 위원들이 현장에 가서 보고 재평가를 할 계획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