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칩 4 가입 관련, 하나의 제언
2022.08.13 05:00
수정 : 2022.08.13 04:59기사원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아시아 순방 중 유일하게 우리의 최고지도자만 만나지 못했다. 이로 인해 미국에서는 우리에 대해 곱지 못한 시선을 지니고 있는 것 같다. 이를 보며 중국은 급격한 대미 행보를 보인 윤석열 정권에 대해 준비 중이던 '눈에는 눈, 이에는 이' 행보를 잠시 멈춘 채 우리 정부의 향후 대응을 지켜보고 있다.
미국 주도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칩 4 가입으로 인해 한·중 양국이 대충돌 직전에 놓여 있다. 우리의 고민은 실로 이만저만이 아닐 수 없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와 관련, 그 하나의 실마리는 우리의 '고민'을 바라보는 중국의 속내에서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
필자가 아는 중국은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말이 통하지 않는 나라만은 아니다. 오히려 상대의 입장(고민) 등도 잘 간파해 이를 토대로 다양한 외교적 옵션을 준비하는 모습을 많이 포착할 수 있다.
중국은 사드 재배치 등과는 달리 칩 4 가입은 반도체 기술의 지속적 개발이라는 한국 정부의 사활이 걸린 사안임을 잘 알고 있다. 다시 말해 중국은 강경한 표면과는 달리 실은 우리가 이 사안을 어떻게 잘 풀어나갈지에 대해 더 주목하고 있음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는 펠로시 의장을 만나주지도 않았다. 이 또한 중국도 잘 알고 있다.
이처럼 현재 우리 정부는 대중 외교에 있어 나쁘지 않은 입장에 놓여 있다. 오히려 여러 정황상 우리가 이니셔티브를 쥘 수 있는 상황이다. 이를 고려할 때 한국의 칩 4 가입 등 향후 계속 불거져 나올 우리의 대중 외교를 보다 더 원만하게 전개해 나가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중국을 보다 더 '적확하게' 읽어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우리의 입장을 '당당하게' 견지하며 중국의 그것도 '진지하게' 공유하는 가운데 절충점을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우리에게 있어 중국 당국자들이 우리의 IPEF(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가입을 왜 최근의 안타까운 사례로 들고 있는지 참고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결국 한국이 IPEF에 가입하지 않을 수 없음을 우리도 잘 안다. 하지만 그래도 '한국이 앞장서서 IPEF를 주도하겠다'라고 입장을 보임으로써 대중 관계에서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