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비켜간 K-방산, ‘가성비’ 내세워 수주 70조 돌파
2022.08.09 18:38
수정 : 2022.08.09 18:38기사원문
주요 업체들의 2·4분기 수주잔고가 70조원을 훌쩍 넘어서며 지난해 동기 대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전쟁 효과와 높은 가성비를 무기로 지난해 말부터 해외수출이 늘어난 요인으로 풀이된다.
■가성비 으뜸, 해외 시장 선호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 현대로템 등 국내 주요 방산 4사의 2·4분기 기준 수주잔고가 일제히 증가했다.
기업별로는 KAI가 17조8000억원 현대로템이 9조5229억원, LIG넥스원이 8조1119억원 순이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모두 늘어난 수치다. 지난해 2·4분기 수주잔고는 KAI 17조원, 현대로템 8조7563억원, LIG넥스원 6조9084억원이었다. 이들 3사의 합산 수주잔고가 1년만에 2조원 이상 늘어난 셈이다.
아직 2·4분기 수치를 발표하지 않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수주잔고가 늘었을 것으로 전망된다. 연결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지난해 2·4분기 수주잔고는 31조8000억여원인데, 이미 올 1·4분기에 38조5702억원을 기록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4분기 이후 추가적인 수주 성과를 거뒀다.
업계에선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국내 방산업계 수주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빠르고 정확한 납기 시기 △ 후속지원 서비스 △가격 대비 높은 품질 △적극적인 정부 태도 등이 글로벌 시장에서 K방산의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박사는 "최근 K방산이 좋은 분위기를 타고 있는 것은 여러 요소들이 함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며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국방비가 증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따라 한국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상태에서 빠르고 정확한 물품 납기 시기, 후속지원 서비스 등을 약속하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최근 진행한 폴란드와의 계약도 우리나라보다 미국, 독일에 먼저 문의했다고 알려졌지만 결국 계약은 우리나라와 했다"고 덧붙였다.
김종하 한남대학교 국방정책부문 교수도 "최근 한국 방산업체들이 글로벌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가격 대비 품질이 좋기 때문"이라면서 "국내매출 비중이 높던 K방산 업체들의 해외수출이 늘어난다면 현재 3%대에 불과한 영업이익률도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 정세 변수에도 올해 수익 청신호
다만 전문가들의 향후 방산업계 전망은 엇갈렸다. 장 박사는 "우방국에서만 무기수입을 하던 옛날과 비교하면 요즘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며 "군수물품 상당부분을 러시아에서 수입하던 인도가 앞으로 무기 수입을 다변화하겠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장은 아니지만 현재 미국, 러시아, 중국, 프랑스, 독일 등 글로벌 무기 수출 국가 빅5 위상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김 교수는 "방산 수출·입은 국제 정치적인 측면에서 봐야 한다"며 "지금 K방산 수주가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국가간 사이가 틀어지면 향후 계약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은 있다"고 했다.
한편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방산4사의 올해 영업이익이 대부분 지난해 대비 개선될 것으로 예상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지난해와 비슷한 3830억원, KAI는 191.43% 늘어난 1698억원, LIG넥스원은 72.45% 증가한 1676억원, 현대로템은 45.64% 늘어난 1168억원이다.
kjh0109@fnnews.com 권준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