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테러' 출동했지만 허위신고·장난글
2022.08.10 18:13
수정 : 2022.08.10 18:13기사원문
#. B씨는 지난 7일 오전 10시 19분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신이 '수니파 극단주의 테러 조직 이슬람국가(IS) 전사'라며 잠실종합운동장에 당일 오전 중 폭탄을 세 차례 터뜨리겠다는 글을 올렸다. 당시 '서울페스타 2022' 개최 준비를 하던 작업자 1000여명과 운동장에서 연습 중이던 LG 트윈스 선수단 등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LG는 이날 예정됐던 팬 대상 '그라운드 투어'를 취소했다.
매년 4000건(112 기준)을 웃도는 허위 신고로 경찰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허위 신고로 출동이 잦아지면 경찰 입장에선 정작 중요한 상황을 놓칠 수도 있다. 허위신고자 10명 중 7명은 벌금형 등 경범 처벌에 그쳐 허위 신고자에 대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10일 경찰청이 국민의힘 이명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에 접수된 허위신고는 4153건으로 2020년(4063건)보다 90건 증가했다. 연도별 허위신고 발생 건수는 △2017년 4641건 △2018년 4583건 △2019년 4531건으로 매년 4000건 이상 발생한다.
반면 처벌 수위는 갈수록 낮아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허위신고 4153건 가운데 67.6%(2807건)는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벌금이나 구류, 과태료 등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 지난해 경범처벌 비율은 2019년(64.3%), 2020년(63.4%)에 비해 급증했다. 경찰은 허위신고에 대해 사안이 무거운 경우에 한해 형사입건 하고 있으며 그 외에는 경범죄처벌법을 적용해 벌금형 등을 내리는 점을 고려하면 장난전화 등과 같은 가벼운 수위의 허위신고가 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최근엔 도 넘는 허위신고로 시민 피해도 발생했다. 지난달 16일 20대 남성 B씨는 서울 송파구 소재 '배달의민족' 사무실에 폭탄을 두고 왔다고 경찰에 두 차례 허위신고했다. 배달의민족 사무실이 속한 건물에 입주한 근무자들은 한때 긴급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사건을 담당한 인천 삼산경찰서는 해당 건물에서 폭발물이 발견되지 않자 B씨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했다.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112상황실장은 "해마다 20~24건 가량의 허위신고가 접수된다"며 "살인사건 발생, 자살 암시 등 그 내용도 다양하다. 살인 등 사안이 무거울 경우 순찰차 여러 대가 동원돼 인력 낭비가 심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신고가 허위로 의심되더라도 자칫 오판할 경우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우선 출동한 뒤 추후 조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상습 허위 신고에 대한 적극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대근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법무정책연구실장은 "명백한, 상습적 허위 신고에 대한 적극적인 제재가 시급하다"며 "경찰에 부여된 즉결심판 권한을 확대함으로써 시민들에게 허위신고를 할 경우 '반드시 처벌된다'는 신호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연구실장은 "경찰력 낭비나 시설 운영 방해 등 허위신고에 따른 피해에 대해 행정적 손해배상 책임을 강화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