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원 벨트 반품하려면 15만원 내라?… 탈 많은 명품 플랫폼, 화나는 소비자
2022.08.13 10:00
수정 : 2022.08.13 09:5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1. A씨는 지난해 명품 플랫폼에서 8만5000원짜리 벨트를 구매했다. 수령 후 단순변심으로 환불을 요청하자 사업자는 반품비용이 15만원이라는 안내를 받았다.
#2. B씨는 명품 플랫폼을 통해 40만원짜리 명품 운동화를 구매했다.
온라인 명품 쇼핑 플랫폼 관련된 소비자 불만이 폭증하고 있다. 가품 판매와 꼼수 할인, 과도한 반품비 등 지난해 접수된 소비자 불만 사례가 전년보다 101.5% 늘었다. 유명 연예인을 모델로 앞세워 급격히 성장하면서, 피해 사례 또한 많아지는 추세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들 업체를 주시하고 있지만, 소비자 피해를 구제해 줄 관련법은 미비한 상황이다.
가품 판매·과도한 반품비 소비자 불만 2배 급증
13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명품 플랫폼 관련 소비자 불만은 655건으로 전년 대비 101.5% 늘었다. 연도별로 2019년 171건, 2020년 352건이다.
불만 유형은 구매한 명품 품질이 불량이거나 미흡한 경우(33%)가 가장 많았다. 이어 '청약철회(반품) 등 거부’ 28.1%(324건), ‘반품비용 불만’ 10.8%(124건), ‘배송지연’ 6.1%(70건) 순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원은 주요 명품 플랫폼 머스트잇, 발란, 트렌비, 오케이몰 등 4곳의 주요 거래정보 제공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명품 플랫폼 4곳 모두 스크래치, 흠집, 주름, 눌림 등은 제품하자가 아니므로 소비자가 반품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고지하고 있다.
반품 과정도 쉽지 않다.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반품 기간은 상품 수령 후 7일 이내다. 그러나 머스트잇, 발란의 반품 조건은 다르다. 머스트잇은 도착 후 2일 이내 접수, 4일 이내 회수지 도착, 발란은 수령후 3일 이내가 반품 조건이다.
트렌비는 플랫폼에서 별도로 고지된 교환·환불 정책이 우선 적용된다고 명시해 관련법보다 사업자의 거래조건을 우선했다.
머스트잇과 발란은 배송단계별로 실제 운송비용에 따라 반품비용을 책정하지 않고 전체 반품비용만 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입점 판매자는 해외배송 상품의 반품비용을 판매가격보다 높게 책정하고 있다. 판매가격이 62만원인 가방의 반품비용을 30만원으로 책정한 경우도 확인됐다.
"가격 싸 명품 플랫폼 이용…정품 의심스럽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명품 플랫폼을 이용하는 이유는 가격 때문이다.
명품 플랫폼에서 명품을 구입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 700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명품 플랫폼을 이용하는 이유는 '상품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서'라는 응답비중이 36.7%(257명)로 가장 높았고 '명품의 정품성을 신뢰해서' 15.6%(109명), '상품이 다양해서' 14.1%(99명) 등 순으로 나타났다.
주로 거래하는 품목은 가방류가 73.7%(516명·중복응답)로 가장 많았다. 의류’(45.6%), ‘신발류’(31.6%) 등도 많이 구매했다.
최근 1년간 구매횟수는 평균 2.57회였으며, 연간 구매금액은 '100만원 이상 300만원 미만' 구간이 37.4%(262명)로 가장 많았다. '300만원 미만’ 구매가 조사대상의 70.9%(497명)를 차지했다.
직접 매장에서 구매하는 것이 아닌 만큼 소비자들은 역시 정품 여부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앞서 지난 6월 발란에서 판매한 '나이키 에어조던1 x 트레비스 스캇 레트로 하이 모카'가 가품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명품 플랫폼 이용 시 개선이 요구되는 사항으로는 36.1%가 ‘정품 보증 시스템 강화’를 꼽았다. 다음으로 ‘반품비용의 합리적 책정’(17.6%),‘소비자 문의의 신속한 응답’(15.7%) 등의 순이었다.
정품 여부가 의심스러워도 배상이 어려웠다. 명품 플랫폼 이용 시 피해를 경험했는지에 대해 17.9%(125명)는 ‘정품 여부가 의심스러운 상품을 배송받았다’고 응답했는데, 그 중 18.4%(23명)는 ‘정품 확인이 불가해 배상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구매 전 상품·판매자 정보 등 꼼꼼히 살펴야
가품으로 의심될 경우 특허청이 운영하는 '위조상품 신고센터'에 신고할 수 있다. 다만 현재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관련법이 미비해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현재 적발된 가품을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은 상표법 제 230조 "상표권 또는 전용사용권의 침해를 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조항이 유일하다. 그러나 처벌 받더라도 위조상품을 판매해 얻은 이익으로 벌금을 내는 것이 오히려 득이 되고 있어 법의 실효성이 없다는 분석이 많다.
이에 따라 특허청은 온라인 플랫폼 업체 등 상품판매 매개자의 위조상품 유통 방지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이들에게 상표침해 방지책임을 부과하는 상표법 개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아직까지는 소비자가 신중하게 구매를 결정하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인 셈이다.
소비자원은 "구매 전 상품정보, 판매자 정보, 반품비용, A/S 정보 등 거래조건을 꼼꼼히 살펴본 후 구매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며 "해외 구매대행으로 구매한 상품은 청약철회 시 반품비용, 관세 등의 비용이 많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구매 전 관련 비용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단순변심 또는 특정품목에 대한 교환·환불 불가’ 등 소비자의 청약철회권을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상품 수령 후 7일 이내에는 청약철회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