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끄러 갔는데"…방화범으로 몰린 자원봉사자, 11개월간 옥살이
2022.08.13 13:07
수정 : 2022.08.13 14:05기사원문
(서울=뉴스1) 김송이 기자 = 그리스에서 산불을 끄러 간 자원봉사자가 방화범으로 오인받아 1년 가까이 억울하게 옥살이를 해야 했던 사연이 전해졌다.
그리스 매체 그릭헤럴드는 10일(현지시간) 호주 출신 그리스인 테오도시스 카쿠리스가 지난해 8월 그리스 아티카에서 발생한 산불진압에 자원했다가 방화 혐의를 받은 지 11개월 만에 무죄 판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그는 아테네 법원에서 만장일치로 무죄 판결을 받은 지난 7월 11일까지 11개월 동안 구금돼있었다.
그는 지난해 8월 3일 TV로 올림픽 경기를 보다가 아티카 화재 속보로 중계가 중단되는 걸 보고 어떻게든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돕는 사람이 많을수록 불이 빨리 꺼질 거라 생각해 서둘러 오토바이를 타고 아티카로 향했다.
그러면서 그는 승마클럽의 말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던 일, 신발 한 쪽 밑창이 녹을 때까지 주민들을 도왔던 일 등을 설명하며 당시를 회상했다.
하지만 8월 6일 그는 다른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갑자기 경찰에 넘겨졌다. 그는 "제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하루 전, 그 지역의 한 주민이 자원봉사자들에게 카쿠리스와 비슷한 오토바이를 탄 낯선 사람의 수상한 움직임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한 봉사자는 "우리는 많은 폭발을 겪었고 불이 날 때마다 카쿠리스가 자주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그 후 카쿠리스가 범인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소환된 마을 주민은 카쿠리스가 자신이 본 사람이 아니며 오토바이도 다르다고 증언했다. 카쿠리스가 나타날 때마다 불이 난다고 했던 봉사자도 결국 그가 불을 지르는 걸 직접 본 적은 없다고 인정했다.
또 체포 과정에서 카쿠리스에게는 라이터나 성냥 등 방화에 쓰일만한 물건이 발견되지 않았다.
카쿠리스의 변호에서 화재 피해 지역의 한 주민은 카쿠리스가 얼마나 열심히 주민들을 도왔는지 증언했다. 또 다른 주민도 카쿠리스 덕분에 여러 집들이 도움을 받았다며 카쿠리스의 구조활동을 찍은 영상을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카쿠리스는 화재가 고압 기둥에서 시작됐다는 그리스 소방청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재판 전까지 계속 구금돼있어야 했다.
카쿠리스는 석방 심정을 묻는 질문에 "축하하고 싶지는 않다"며 "비통한 마음이 들고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고 싶지 않다"며 "다시는 불 근처로 가지 않을 것이다"라고 비통한 심정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