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4억 때문에 지적장애 의붓아들 살인, 유기

      2022.08.14 14:35   수정 : 2022.08.14 14:3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2019년 9월 19일. 전라북도 임실군에 사는 한 주민은 아침 산책을 하던 중 산책로 한 켠에 쌓인 철제 적재함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사람의 형체로 보이는 물체가 있어 다가 갔다 깜짝 놀랐다. 얼굴은 이미 백골이 된 시신이었다.



임실서 백골이 된 시신 발견
경찰 조사 등에 따르면 발견 당시 얼굴과 팔 등은 이미 백골이 됐고 몸도 심각하게 부패 중이었다. 소지품으로는 지갑, 회원증, 현금 2000원, 이어폰이 있었다.
회원증 등이 있어 시신이 정체를 바로 찾을 수 있다. 그는 중증지적장애를 가진 A(20세)씨였다. 그가 살고 있는 곳은 임실에서 160㎞나 떨어져 있다. 그리고 A씨는 보름 전에 실종된 상태였다. A씨의 어머니는 정신 지체 장애를 가진 피해자가 늦은 시간까지 귀가하지 않자 가출신고를 했다. 실종 현수막까지 내걸었다.

경찰은 시신을 보고 단번에 알았다. 머리에 함몰된 흔적이 있어 타살이라는 것. 부검 결과 A씨의 신장에서 마취약물 성분이 발견됐다. 경찰은 약물로 피해자를 무력한 상태로 만든 후 둔기로 살해한 것으로 추정했다.

발견 1년 전 보험 3건 가입
이제 범인을 찾아야 했다. 그러나 한적한 시골 도로로 목격자도 없었고 CCTV 역시 설치돼 있지 않았다. 범행도구 역시 현장 근처에서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A씨의 의붓아버지를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하고 집중 수사를 했다. 2010년부터 피해자의 어머니와 사실혼 관계였던 A씨의 의붓아버지 B씨가 2018년 7월~9월 동안 A씨 명의 보험을 3건(총 사망보험금 4억 1700만원) 가입한 것에 주목했다. 보험 가입한 사실만으로 직접적인 살인 동기가 인정되기 어렵다 하더라도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인 A씨의 어머니의 경제적 사정에 비해 3건의 보험료는 월 약 70만원이었다. 추후에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 보험료는 B씨가 납부했다.

경찰은 A씨의 행적을 집중 파헤쳤다. 사고 현장 인근의 다른 CCTV 영상과 휴대전화 구글 타임라인을 통해 B씨가 A씨를 유기한 장소에 2차례나 방문한 사실이 드러났고 조수석에 탑승자가 있다는 것도 밝혀졌다. 전남 보성군의 한 CCTV에 B씨의 차량 조수석에 한 남성이 의식을 잃은 채 실려가는 모습이 그대로 찍혔다. B씨는 이후 전남 장흥군과 보성군, 순천시, 임실군 등을 다녔다. B씨는 태양광발전 사업을 하기 때문에 이곳저곳을 돌아다닐 수 밖에 없고 옆자리에 앉은 사람은 무전여행자였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증거가 나왔다. B씨의 차량에서 A씨에게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약물 성분이 발견된 것.

의붓아버지가 보험금 노려 살인
재판과정에서 A씨는 혐의를 부인했다. 의식을 잃은 조수석의 남성은 무전 여행객이라고 주장했으며 사건 현장 인근을 두 번이나 간 것은 태양광 사업 부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또 A씨가 사망했을 때 나오는 보험금은 그의 모친이 타게 돼 자신에게는 경제적 이득이 없고, 부동산 임대업 등으로 경제 형편이 넉넉해 범행 동기가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재판부는 범행 장소를 피고인이 방문한 사실을 단순한 우연의 일치로 보는 건 비상식적이라며 조사된 영상과 증명된 간접 사실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를 살해 후 유기했다고 판단해 최종 무기징역형을 선고했다. 특히 B씨는 보험사기로 처벌 받은 전력이 있었다.
2011년 행방불명된(현재도 소재 불명) 아내의 명의로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문서를 위조한 혐의로 징역 1년 형을 선고받았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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