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 첫 부자 MVP 가능할까
2022.08.15 13:57
수정 : 2022.08.15 13:57기사원문
이정후(키움·24)는 2020년과 2021년 두 개의 산을 잇달아 넘었다. 2020년 이정후는 15개 홈런을 때려냈다. 프로입단 4년 만에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했다.
지난해엔 타율 0.360을 기록했다. 아버지 이종범의 생애 최고 타율(1994년 0.393·그 해 MVP 수상)에는 못 미치지만 두 번째 고타율(0.340)보단 높았다. 또 2018년 자신의 최고 타율 0.355 역시 훌쩍 넘어섰다.
홈런 15개는 이정후의 한계로 보였다. 지난해 이정후의 홈런 수는 7개로 줄었다. 교타자에게 홈런은 밑밥을 뿐이다. 홈런을 쫓다간 게도 구럭도 다 놓치는 우를 범하기 쉽다.
대표적 교타자 스즈키 이치로는 일본 프로야구 시절 한 시즌 25개(1995년)의 홈런을 때려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에 진출해선 철저히 장타 본능을 숨겼다. 메이저리그 19년 동안 세 차례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그의 주 종목은 어디까지나 단타였다.
그 덕분에 2001년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후 10년 연속 200안타 이상을 때려냈다. 2004년엔 262개로 메이저리그 단일 시즌 최다안타 신기록을 작성했다. 그 해 홈런은 8개뿐이었다.
이정후는 내년 시즌을 끝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이정후는 2023년 말 포스팅 시스템에 의해 메이저리그로 갈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본인 의사도 강하고, 구단도 선수의 ML 진출에 적극적인 키움이다.
메이저리그 구단의 눈길을 끌려면 장타력을 장착해야 한다. 이치로도 일본 프로야구 9년 동안 118개의 홈런을 터트렸다. 메이저리그 19년 동안(117개)보다 오히려 1개가 더 많았다.
장타를 위해 정확도를 포기할 수 있을까. 매우 어려운 주문이다. 올 시즌 초반만 해도 이정후는 장타보다 정확도를 더 우선하는 듯 보였다. 올바른 선택이었다. 4월 홈런 4개, 5월엔 2개에 그쳤다.
그런데 6월부터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홈런 8개로 평소 한 시즌 홈런을 한 달 안에 터트렸다. 그렇다고 정확도가 떨어진 것도 아니었다. 97타수 38안타로 타율 0.392.
이후 이정후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쫓기 시작했다. 피렐라(삼성)와 치열한 타격선두 경쟁을 벌이는 한편 장타에도 힘을 쏟았다. 15일 현재 이정후는 타격 2위(0.338) 홈런 공동 3위(19개) 타점 2위(82개)에 올라 있다. 출루율(1위·0.417)과 장타율을 합한 OPS도 1위(0.988)다.
이렇게 되자 이정후는 단숨에 MVP후보로 떠올랐다. 그와 대적할만한 타자로는 피렐라(타격 1위·0.339, 홈런 공동 3위 19개)와 박병호(KT) 정도다. 박병호는 타격 31위(0.266)에 그치고 있지만 홈런(32개)과 타점(86개) 2개 부문서 1위에 올라 있다.
투수로는 김광현(SSG)과 안우진(키움)이 MVP 경합을 벌일만하다. 김광현은 1.82로 평균자책점 1위, 10승(2패) 탈삼진 105개를 기록 중이다. 이정후의 팀 동료 안우진은 탈삼진 1위(152개) 평균자책점 2위(2.17) 다승 공동 3위(11승)를 달리고 있다.
올 시즌 MVP에 등극하면 이정후는 ML 진출을 위한 또 하나의 발판을 마련하는 셈이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