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사태로 아프간 인도적 지원 줄어..국제사회 관심 필요"
2022.08.17 16:45
수정 : 2022.08.17 16:46기사원문
"(러시아 침공으로 인한) 우크라이나 사태가 시작되고 몇 주가 지나지 않아 전세계 모든 정부, 사람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며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지원이 크게 줄었다.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여성, 아동 등 취약계층은 외부의 지원이 끊기면 당장 하루의 삶도 더 지속하기 힘든 상황이다."
아순타 찰스 아프가니스탄 월드비전 회장은 17일 서울 여의도 월드비전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깨끗한 물, 세 끼 식사, 교육 기회 등 한국인에게 너무나 당연한 것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생존'을 지속하기도 힘들 만큼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인도 남부 타밀나두 지역 출신인 아순타 찰스 회장은 시민단체, NGO 등 인도적 지원 활동을 25년 이상 지속해왔다. 지난 2020년 6월 아프가니스탄 월드비전 회장으로 취임했다.
2021년 8월 15일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을 철수하자 무장단체 탈레반은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차지했다. UN 세계식량계획은 아프가니스탄을 지구상 최악의 인도주의 위기 국으로 지정했다.
아순타 회장은 "금융위기, 코로나19 위기 등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10세 미만의 여아를 남성에게 500달러~1000달러를 받고 조혼을 시켰다"며 "어린 딸을 판 돈으로 나머지 가족을 부양하고 어린 딸은 이후 신체적 성적 학대를 받으며 가사 일을 하게 된다"며 현지의 어려운 상황을 설명했다.
아프가니스탄의 인구는 약 4000만명으로 1890만명(아동 920만명)이 현재 극심한 기아에 시달리고 있다. 전체 인구의 97%가 빈곤선 이하로 아프가니스탄 아동 사망 원인의 45%는 영양 결핍 때문이다. 월드비전이 헤라트주 등 아프가니스탄 4개 지역을 조사한 결과 조사 대상 지역의 가구당 일 평균 소득은 0.95달러에 불과했다. 약 1000원의 돈으로 한 가구가 생계를 꾸리는 것이다. 지난해 탈레반 정권이 들어서고 여성과 아동인권은 더 추락했고, 우크라이나 사태가 초래한 전세계적 식량가격 인상으로 주민의 생활은 더 어려워졌다.
아순타 회장은 "한 겨울 난방이 되지 않는 국립병원에서 달을 채우지 않고 태어난 아기가 의료지원을 받지 못해 죽어가고, 모유가 나오지 않는 젖을 쳐다보는 엄마가 울고 있었다"며 아프가니스탄의 현실을 전했다.
특하 아동과 여성은 더 어려운 상황이다. 조사대상 지역 남아 10명 중 7명과 전체 여아의 절반 이상은 학교에 다니지 않고 일터로 갔다. 아동 2명 중 1명(53%)은 급성 영양실조 상태였다. 탈레반 정권이 들어서고 올해 3월에는 중학교, 고등학교의 여성 입학까지 금지됐다.
아순타 회장은 "기후위기, 분쟁 등도 어려움을 주지만 가장 큰 위기 중 하나는 자금 동결 제제로 인한 지역사회에 대한 통합 지원이 되지 않는 것"이라며 "아프가니스탄 인의 생명과 직결되는 '인도적 지원'외에도 통합적인 개발과 관련된 프로그램도 동시에 지원돼야 지속가능한 사회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인터뷰에 앞서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열린 '고조되는 인도적 위기와 대한민국 대응 방향' 토론회에서는 아프가니스탄 같은 복합적은 어려움을 겪는 나라들은 '순차적 지원'이 아닌 '통합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남상은 한국월드비전 세계시민학교 실장은 "아프가니스탄 같은 취약지역은 '인도적 지원→회복→개발→평화 구축' 등 순차적인 접근으로는 부족하다"며 "해당 지역의 특성을 반영한 통합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UN 차원의 자금 동결 제제로 인해 아프가니스탄에 국제기구 등을 통한 인도적 지원(생명 유지 필수 지원)은 가능하지만 개별 국가간 지원은 현재 불가능한 상황이다. 취약 국의 경우 생존 해결을 위한 인도적 지원과 함께 교육, 도로 및 수도 시설 등 인프라 지원, 의료 지원 등도 통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순타 회장은 "한국과 아프가니스탄은 이웃 국가도 아니고 지리적으로 가깝지도 않아 한국인이 이들을 도와야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며 "한국인에게 너무 당연히 주어진 특권들을 일부 나누는 것만으로도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누군가는 하루를 더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