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54만t 저장 지하터널…'100년 치수' 도쿄의 노하우
2022.08.17 18:11
수정 : 2022.08.18 16:04기사원문
최근 서울·수도권의 막대한 수마 피해는 '거대한 콘크리트 도시' 서울 치수행정의 현주소를 실감케 하는 사건이었다.
도쿄의 치수행정 역사는 100년 이상 켜켜이 쌓여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도 '향후 30년래 규모 7 이상의 대지진이 발생할 확률 70%'라는 도쿄에선 '100년 치수'를 목표로 도쿄 전체 107개 강과 하천에 저수지형·상자형·터널식 등의 조절지 등을 촘촘하게 건설해놨다.
고베 대지진 참화 당시 일부 하수처리장이 마비되면서 3개월 이상 오물과 악취로 고생했던 일본 중서부 대도시 고베시의 하수처리장 재설계 등의 방비책도 서울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 일본 포린프레스센터(FPCJ) 측의 안내로 방문했던 고베시는 대지진 이후 5개 하수처리장을 입체적으로 연결하는 공사를 완료했다. 아울러 하수 파이프에서 나오는 각종 유해가스와 불순물을 바이오가스로 재탄생시켜 버스 연료와 비료 등으로 사용하는 친환경 하수처리장으로 전환했다.
수도 도쿄 역시 지진, 홍수 등으로 인한 거대한 지하 인프라 시설이 대거 포진돼 있다. 마치 '지하 그리스 신전'과 같이 거대한 위용을 뽐내는 도쿄 수도권 외곽 방수로(1994~2006년)는 만화영화 '짱구는 못말려'(크레욘 신짱)의 배경인 사이타마현 가스카베시에 위치해 있다. 도쿄 중심부에서 약 30㎞ 떨어진 이 시설은 명칭 그대로, 도쿄의 빗물을 도교 외곽으로 유도해 에도강으로 흘려보내는 기능을 한다. 수도 북부지역의 홍수, 침수피해를 막는 최후의 방어시설인 셈이다.
도쿄도를 흐르는 하천수는 서울보다 약 60개 많은 107개로 총 858㎞에 이른다. 서울~부산 거리의 2배 조금 못 미치는 길이다. 하천 범람 예방장치로 설치한 '조절지(조절연못)'는 크게 3가지 유형이다. 단순한 저수지 형태부터 수도권 외곽 방수로와 같은 '지하상자형'(9개 시설), 간다천·환상 7호선과 같은 '지하터널식' 치수시설(3곳)이 설치돼 있다.
도쿄도가 자랑하는 길이 4.5㎞, 지름 12.5m의 거대 저수터널 간다천·환상 7호선은 한꺼번에 물 54만t을 저장했다가 하천으로 방류한다. 지하조절지가 없던 1993년 8월 도쿄 일대엔 시간당 최대 47㎜의 비가 쏟아져 주택 3117가구가 침수됐다. 지하조절지 1단계 공사가 끝난 2004년엔 시간당 최대 57㎜의 폭우가 쏟아졌음에도 침수 피해를 입은 주택은 46가구에 그쳤다.
도쿄도 측은 '100년 설계'로 오는 2031년까지 10년간 치수 인프라 비용이 51% 감소(약 300억엔)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런 치수행정 덕분에 막대한 피해를 준 2019년 19호 태풍이 도쿄를 강타했을 때도 세타가야구에서 일부 침수 피해가 발생하긴 했으나 스미다강 유역 등 도쿄 대부분의 지역은 범람이나 홍수 등 물 피해를 입지 않았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