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어진 '퍼펙트 스톰'… TV·휴대폰 공장 70%만 돌린다

      2022.08.17 18:17   수정 : 2022.08.17 20:21기사원문
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 심화 등 대내외 악재에 시달리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전자업계의 생산설비 가동률이 역대 최저치로 곤두박질쳤다. 주머니가 얇아진 소비자들이 가전제품 구매를 줄이자 기업들이 재고부담을 피하기 위해 앞다퉈 감산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2·4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TV·모니터 등 영상기기 생산설비 평균 가동률은 74.4%를 기록했다.

총생산능력 2만8072대 대비 실제 생산된 제품은 2만877대에 그쳤다. 삼성전자 영상기기 생산설비 가동률이 75% 밑으로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역시 80% 밑으로 떨어졌던 지난해 2·4분기 77.7%와 비교해도 가동률 하락세가 뚜렷하다.

2·4분기 휴대폰(HHP) 생산설비 가동률도 스마트폰 수요부진으로 75.5%로, 전년동기(74.5%)에 이어 70%대의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2·4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9% 감소한 2억9450만대를 기록했다.

LG전자도 소비감소에 대응해 설비 가동률을 낮추고 있다. 올 2·4분기 LG전자의 주요 제품 생산설비 가동률은 전년동기 대비 일제히 하락했다. 냉장고는 가동률이 1년 새 129.4%에서 122.7%로 내려갔고 세탁기(108.8%→89.5%), 에어컨(128.9%→118.3%), 영상기기(97.8%→80.4%), 모니터(128.8%→117%) 등도 같은 기간 설비 가동률이 10~20%p 떨어졌다.

올 2·4분기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판가 하락에 영업적자를 기록한 LG디스플레이 구미사업장의 2·4분기 가동률은 기존 100%에서 97%로 하락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3·4분기 전 세계 LCD 패널 공장 가동률이 70%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 같은 설비 가동률 하락은 통상 기업들의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된다.

소비위축 여파에 주요 제품이 시장에서 잘 팔리지 않아 실적에 타격이 우려된다. 기업들은 적절한 수준의 가동률을 90% 이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글로벌 소비위축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예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수요예측에 실패해 무리하게 가동률을 높일 경우 기업들은 급격한 재고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DSCC)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 2·4분기 재고회전일수는 예년보다 2주 늘어난 평균 94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예측하지 못한 대내외 악재로 기업들의 생산계획에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위축 장기화 우려가 커 하반기 성수기 기대감도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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