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에 침수차만 1만대.."속아서 산 중고차 30일내 환불기간 너무 짧아요"

      2022.08.19 05:00   수정 : 2022.08.19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115년만에 내린 기록적 폭우로 서울 강남일대가 침수돼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이 기간동안 집계된 약 1만1000대에 달하는 침수차량이 자칫 중고차 시장으로 흘러들어갈 우려가 커지면서 소비자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특히 보험 미가입 차량의 경우 폐차 의무가 없을 뿐더러 작정하고 침수 사실을 숨긴 채 중고차 시장에 내놓을 경우 애궂은 소비자만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는 침수된 차량을 모르고 구매한 후 나중에 이 사실을 알았더라도 구매 후 30일이 지나면 환불받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침수차량에 대한 철저한 이력 관리와 함께 일부 침수 사실을 숨기고 중고차 시장에 내다팔 수 있는 만큼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자차보험 안든 침수차 중고시장으로 흘러들수도

18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부터 17일 오전까지 국내 보험사에 접수된 침수 차량은 총 1만1488대에 달하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손해액만 1620억원 규모에 이르고 있다.

이에 따라 침수차량이 대거 중고차 시장으로 흘러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현재는 완전 침수 차량의 경우 자차 보험에 가입돼 전손 처리 결정을 받으면 현행 자동차관리법에 따라 반드시 폐차를 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문제는 자차 보험 등에 가입하지 않은 침수차량의 경우 폐기 의무가 없다는 점이다.

또 차량 일부만 침수된 경우 보험사에 신고하지 않고 피해 사실을 숨긴 채 멀쩡하게 중고차 시장으로 유입되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느슨한' 환불규정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중고차 판매업체가 침수사실을 감추기 위해 내부 세차나 안전벨트 등 침수로 고장난 부품들을 교체한 후 정상 판매하는 경우 현행법상 차량 구입후 30일 이내에만 매매계약 해지가 가능하다.

나중에 침수차량이라는 걸 알았더라도 차량 구매후 30일이 지났으면 사실상 환불이 불가능해 결국 애궂은 소비자만 피해를 입는 등 소비자 보호규정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부에선 아예 중고차 시장을 거치지 않고 개인간 직거래를 하거나 미등록 업체 등을 통해 침수차량을 구입하는 피해사례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 중고차 업계 관계자는 "일부 개인 직거래나 영세 자동차매매업체 등을 통해 (침수차량이)유통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성능, 정비 점검 등이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 (침수차의 중고차 시장 유입이) 절대 없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침수차에 대해 평소 꼼꼼히 정비·검사를 거치고 있기 때문에 유통 확률은 낮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침수이력 관리 강화 등 소비자 보호 시급


전문가들은 우선 침수차 이력 관리 등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진단한다.

김필수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침수차 이력 관리 시스템 강화 등의 제도를 마련해 정부가 나서서 침수차를 걸러줘야 하고, 특히 부분 침수된 차종에 대한 이력 관리가 꼭 필요하다"며 "중고차 판매업자에 대한 책임 확대, 정부의 관리·감독 강화 투트랙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선 침수차량 중고차 구매시 환불 기간을 대폭 늘리는 내용의 관련 법안이 발의되는 등 소비자보호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병기 민주당 의원은 중고차 판매업자가 차량의 침수 사실 등을 속이고 판매한 경우 90일 동안 환불을 보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재는 차량구입후 30일이내만 환불이 가능한 상태다.

김 의원은 "최근 출시된 차량은 전자부품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어 침수로 인해 오작동 등 사고 발생위험이 크므로, 판매 후 일정기간 사용했더라도 사고 위험을 고려해 법률로 환불을 장기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법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동차 판매업자들도 침수차량을 속여 판매할 경우 아무런 이익을 보지 못한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도록 관련제도를 정비해 집중적으로 계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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