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오리 사과 쥐고 "빨개지는건가?" 尹 발언 논란일었지만 "진짜였다"
2022.08.19 08:02
수정 : 2022.08.19 14:3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안정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마트를 방문했다가 한 발언이 뒤늦게 화제를 모으고 있다.
윤 대통령이 마트에 진열된 아오리 사과를 보고 "이게 빨개지는 거냐"는 질문을 했는데, 이 장면을 캡처한 동영상과 사진 등이 온라인커뮤니티와 각종 언론에 보도되며 "윤대통령은 민생을 모른다"는 비난에 활용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오리 사과는 숙성되면 색상이 붉게 변하고, 늦여름에는 부분적으로 빨갛게 된 상태에서 유통도 된다.
윤태명 경북대 원예과학과 교수는 "여름 기후가 서늘하고, 해발 500m 이상 되는 곳이 아오리사과 재배 최적의 조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런 지역에서는 8월 중순이면 붉은색을 띤다. 하지만 우리나라 남부나 중부 평야 지역 재배지에서 색깔이 붉게 될 정도까지 두면 시기도 늦어지고, 수확 전에 잘 떨어져 버린다"며 "그래서 미성숙 상태더라도 비교적 당도가 올랐고 청량감이 있을 때 그냥 출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를 방문해 축산물, 과일, 채소 등의 수급 상황과 가격 동향을 점검했다. 이 과정에서 윤 대통령은 진열대에 놓인 연녹색의 아오리 사과를 발견한 뒤 "이건 뭔가?" "이게 빨개지는 건가?" 등의 발언을 했다.
이 장면이 17일 유튜브를 통해 알려지자 "이게 빨개지는 건가"라는 장면만 캡처한 사진이 온라인을 통해 확산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고추로 만든 가루'(고추가루) 발언 장면과 묶여 '민생을 모르는 한심한 모습'이란 취지로 빈축을 샀다.
"아오리는 청사과인데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서민의 삶을 모른다" 등 글이 쏟아졌다. 이런 반응을 모은 온라인 기사도 쏟아졌다.
전문가에 따르면, 해당 장면에서 나오는 아오리 사과는 일본의 아오모리 사과시험장에서 골든델리셔스 품종에 홍옥을 교배해 만든 품종으로 녹색 껍질에 달달하고 상큼한 맛의 조화가 좋다.
사실 아오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붉은 색으로 변한다. 일본에서는 빨간 사과로 팔리는 일이 흔하다.
유독 우리나라에서 푸른색 사과로 잘 알려진 이유는 저장 기간이 짧은 특성 탓에 이른 시기 유통 시장에 나오기 때문이다. 아오리 사과가 성숙한 상태에서 출하하면 맛은 좋지만 유통 과정에서 손실이 생길 가능성이 커져 납품가는 떨어진다는 얘기다. 농장에서 성숙 시기보다 한 달 가량 앞당겨 출하하는 이유도 그래서다.
권순일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사과연구소 농업연구관은 "아오리사과의 생리적인 성숙 시기는 8월 하순에서 9월 초로 이때가 가장 맛이 좋지만, 저장 기간이 짧으므로 7월 중순부터 빨리 출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통업자 입장에선 빨갛게 익는 성숙한 사과를 사들이면 그만큼 손실이 많이 나니, 덜 익은 상태에서 매입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상도 의성군에서 아오리 사과를 재배하는 과수원 관계자는 "아오리 사과는 품종 특성상 익기 전에 떨어지는 것이 많다"며 "초록색일때 수확해 먹지만, 다 익으면 붉은색이 가득한 품종이다"고 말했다.
한 대형마트 농산물바이어는 "아오리도 익을수록 붉은 빛이 돌고, 당도도 높아진다"며 "다만 완전히 빨갛게 된 다음에는 금방 물러지기 때문에 잘 유통되지 않는 것 뿐"이라고 했다. 이어 "늦여름에는 마트나 시장에서도 군데군데 붉은 빛이 도는 아오리를 쉽게 볼 수 있다"고 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