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쭐' 홍대 치킨집 사장 남모를 고통…"협박에 우울증 약 먹었다"
2022.08.22 17:18
수정 : 2022.08.23 13:51기사원문
(서울=뉴스1) 소봄이 기자 = 2년 전 배고픈 형제에게 공짜로 치킨을 내줬다가 이른바 '돈쭐'(돈과 혼쭐을 합친 신조어)이 났던 치킨집 사장이 우울증을 겪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유튜브 'SBS pick!' 채널에는 철인 7호 홍대점 점주인 박재휘씨의 인터뷰 영상이 올라왔다. 이는 지난해 10월 공개된 것으로 최근 다시 재조명되면서 박씨에 대한 누리꾼들의 걱정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박씨는 2020년 당시 18세였던 고등학생 A군과 그의 남동생 등 형제에게 선행을 베풀었다. 박씨는 5000원만 손에 쥔 채 치킨 골목을 돌아다니던 형제를 가게로 부른 뒤 치킨 두 마리를 튀겨줬다.
박씨는 돈을 받지 않았고 이후에도 몇 번 찾아온 남동생에게 치킨을 공짜로 주거나 머리를 다듬어주는 등 따뜻한 보살핌을 전했다.
박씨의 미담은 A군이 본사에 감사의 손 편지를 보내면서 알려졌다. 감동한 시민은 전국 각지에서 박씨에게 박수를 보내며 돈쭐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좋은 일만 계속된 건 아니었다. 박씨의 돈을 노리고 접근한 일부 시민들 탓 그는 마음의 병을 얻고 말았다.
공황장애와 우울증 약을 꺼내 보인 그는 "취하셔서 주먹으로 가슴을 툭툭 치신다든지 타이핑(타자) 쳐서 편지 쓰신 분도 계셨다"고 토로했다.
편지 내용은 "어느 날 몇 시 몇 분까지 이 계좌로 입금하지 않으면 나는 당신 가게 앞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겠다"는 것이었다.
박씨는 기부하는 기쁨으로 이런 안 좋은 기억을 지우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일단 건강 먼저 챙기고 하던 대로 열심히 하다 보면 또 잘될 거고, 잘되면 나누면서 살 수 있을 테니까 (괜찮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부나 후원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박씨는 "대신 주변에 알릴 생각은 없다. 조용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박씨는 지난 7월 22일 서울시가 선정한 '제5기 서울시 명예시장(소상공인 분야)'에 선발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