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암, 두 딸은 희귀병..'수원 세모녀 생활고' 아무도 관심 없었다
2022.08.23 07:43
수정 : 2022.08.23 09:45기사원문
이들은 수년 동안 암과 난치병 등 투병으로 극심한 생활고를 겪었지만 복지서비스는 전혀 받지 못했다. 이들은 거처를 옮긴 뒤에도 전입신고를 하지 않아 관할 지자체가 이들의 어려움을 모르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건'을 겪은 우리 사회에 복지 사각지대가 여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수원시와 화성시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2시 50분께 수원시 권선구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여성 시신 3구가 발견됐다.
시신은 부패가 상당히 진행돼 신원 확인이 어려웠지만, 경찰은 정황 증거 등을 토대로 이들이 해당 주택에 살던 60대 여성 A씨와 40대 두 딸이며, 극단적 선택으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A씨 등은 모두 투병 생활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난소암 진단을 받아 치료 중이었고, 두 딸 역시 각각 희귀 난치병과 정신질환 등을 앓고 있어 일상생활이 어려웠던 것으로 파악됐다. A씨에게는 아들도 한 명 있었으나 병을 앓다가 2019년 숨졌으며 남편 또한 아들이 세상을 떠난 지 얼마 안 돼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채무로 금전적 어려움도 컸다. A씨가 남긴 유서에는 "지병과 빚으로 생활이 어려웠다"는 내용이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병원비 문제로 보증금 300만원에 40여만원인 월세를 제때 내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세 모녀에게 도움을 줄 친척이나 이웃 등도 없었다. A씨 등은 대부분 바깥출입 없이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들은 지자체에 기초생활수급 등 복지 서비스를 신청하거나 상담한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A씨 가족은 10여년 전부터 화성시에 있는 지인 집에 주소 등록을 해 놓은 상태에서 2020년 2월 수원의 현 주거지로 이사했는데 당시 전입신고는 하지 않았다.
전입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에 관해서는 채무 문제 등이 원인이 됐을 것이라는 등의 갖은 추측이 나오고 있으나 확인된 바 없다.
건강보험공단은 지난달 A씨의 보험료 16개월 분 총 27만원 상당이 체납된 사실을 화성시에 통보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화성시는 A씨의 주소지로 등록된 기배동 집에 보험료 체납 사실과 복지서비스 안내가 담긴 우편물을 보냈다. 그래도 보험료 납부가 이뤄지지 않자 기배동 주민센터 직원이 지난 3일 직접 A씨의 주소지로 방문했으나 주민들로부터 "A씨는 여기 살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수원시 관계자는 "이들이 만약 전입 신고를 했다면 통장이 확인 방문을 해서 이들의 어려움을 파악해 생활 서비스 상담 등으로 이어질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