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더 좋을 수 없었던, 우영우와 동그라미
2022.08.26 04:00
수정 : 2022.08.26 13:07기사원문
■박은빈 "우영우의 용기 기억할래요"
"제가 연기한 모든 캐릭터를 사랑했고 매 작품 최선을 다했기에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제가 출연한 다른 작품보다 더 특별한 것은 아닙니다.
'우영우 신드롬'의 주역, 박은빈은 세상의 환호에 들떠있지 않았다. "촬영이 끝냈을 때엔 '내가 해냈구나' 싶으면서도 성취감보다는 안도감이 컸고, 고독감도 들었다"고 말했다. "7개월의 촬영기간 동안 스위치가 계속 켜진 상태로 보냈는데, 이렇게 번 아웃이 오는 걸까 싶었다"며 "내 한계를 시험해 보는 시간이었다"고 돌이켰다.
캐스팅을 한차례 고사했을 정도로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천재 변호사 역할은 결코 녹록지 않았다. 그는 캐릭터 구축 과정에서 "자폐인 따라 하기는 자제했다"며 "그분들의 모습을 도구적 장치로 이용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대본에 맞는 우영우만의 고유성을 찾기로 했다"며 "자문교수의 강의를 듣고, 관련 서적을 읽으며 우영우만의 특징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방대한 양의 대사는 마치 시험 보듯 외웠다. 박은빈은 "매일 대사 외우는 게 벅찼다"며 "법률 용어 외우느라 바빴는데 추후 고래 대사까지 추가돼 그야말로 (텍스트에) 압도당했다"고 웃었다. "자문 교수님이 우영우가 고래와 법에 대해 말하는 건 일종의 치유의 시간이라고 했죠. 그래서 대사를 속사포처럼 쏟아내야 해 매일 A4 용지에 서술형 시험 보듯 대사를 외웠어요. 출연 배우들이 많은 법정신에선 같은 대사를 최소 30~40번씩 내뱉었죠."
'우영우'는 드라마적 재미를 넘어 장애인·성소수자·어린이·동물 인권 등 우리 사회에 다양한 화두를 던지며 큰 파장을 일으켰다. 박은빈은 "아쿠아리움에 갇혀있던 돌고래가 바다로 돌아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무척 기뻤다"며 "(드라마가 환기한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우리사회 구성원들이) 좋은 사회적 합의를 이뤄나가면 좋겠다"고 바랐다.
시즌2가 제작된다는 얘기가 나온다. 박은빈은 "보물 상자에 고이 넣은 것을 다시 열었다가 그 아름다운 결정체가 훼손될까 봐 걱정의 마음도 든다"면서 "신중히 고민할 문제"라고 답했다.
그는 이번 작품을 "이 세상 모든 (흰고래 무리에 사는) 외뿔고래에게 바치고 싶다"고 말했다. "겁나지만 기꺼이 용기내서 해보는 것. 영우가 걷기로 한 길이자, 영우를 통해 배운 길입니다. 뒷걸음질 치고 싶을 때 한 번쯤 영우가 냈던 용기를 떠올리고 싶습니다!"
■주현영 "주기자 지우고 동그라미 됐어요"
"동그라미는 평상시의 나와 정말 달라요. 주기자 캐릭터를 지우면서 날 것 같은 이 친구를 어떻게 표현할지 걱정이 컸지만, 박은빈 선배와 털보 아저씨(임성재 분)와 호흡을 맞추면서 모든 게 부드럽게 풀렸습니다."
동그라미가 '본캐'일 것이라고 예상했으나 완전히 빗나갔다. 주현영은 "동그라미보다 오히려 사회초년병 캐릭터 주기자와 더 닮았다"며 "동그라미는 충동적이고 하고 싶은 말 다하고 체면도 안 차리나, 전 완전 반대다. 눈치 보고 긴장도 많이 한다"고 비교했다. 가끔 팬들이 영우와 동그라미 인사법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면 어찌할 바를 모르겠단다.
'SNL코리아' 오디션을 당당히 통과한 그는 "오디션에서 선보인 어리고 미숙한 정치인 캐릭터가 '인턴' 주기자로 발전했다"고 했다. 대선후보까지 인터뷰한 주기자의 성공은 '우영우'의 출연으로 이어졌다. 그는 "감독님과 작가님이 'SNL코리아'서 선보인 저의 다양한 면모가 드라마에서 잘 발휘됐으면 좋겠지만 주기자 캐릭터는 보이지 않길 바랐다"며 "드라마 방영 후 주기자가 아니라 동그라미라고 해줘 안심했다"고 수줍게 웃었다.
'SNL코리아'를 하면서 단련된 순발력과 기발한 아이디어 내기는 이번 드라마에서도 빛을 발했다. "우영우, 동그라미 인사법에 대해 작가님이 귀여우면서도 '힙'하게 만들어 달라고 하셨죠. 머리를 쥐어짜다 중학교 시절 유행했던 빅뱅의 '마지막 인생' 후렴구인 'b투더i투더g뱅뱅'을 떠올렸죠."
삼형제의 재산분쟁을 다룬 4화는 특히나 동그라미의 활약이 두드려졌다. 그는 "감독님이 제사 지내는 장면에서 퍼포먼스를 해달라고 해 절을 두 번 하는 등 삼촌들을 경악하게 할 만한 행동을 했다"고 했다. "1화에서 우영우에게 '아에이오우' 발성 연습 시키는 것도 대본에 없었는데, 은빈 선배가 잘 받아줘서 감사했다"고 부연했다.
최근 13편의 광고를 찍을 정도로 주가 상승한 주현영은 차기작으로 '연예인 매니저로 살아남기'등을 선보인다. "은빈 언니는 현장에서 교과서처럼 자신의 연기뿐 아니라 모든 것을 챙겼죠. 저도 언니처럼 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연기는 제겐 정말 소중한 일이거든요. 제 존재와 가치를 증명하는 느낌이 듭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