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에 반려인들 '비명'...'펫플레이션'에 유기동물 급증
2022.08.27 09:00
수정 : 2022.08.29 10:0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전 세계가 심각한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고 있는 가운데 반려동물 관련 물가도 오르는 이른바 '펫플레이션'(petflation)으로 세계 곳곳에서 반려동물을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美 뉴욕서 반려동물 포기 25% 늘어
27일 외신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뉴욕시 동물보호센터에 반려동물을 포기한 사람이 지난해보다 25%가량 늘었다.
비영리단체 쉘터 애니멀스 카운트(Shelter Animals Count)도 올해 들어 동물보호소 1050곳에 온 반려동물 수가 1월 3만1606마리에서 6월 3만8066마리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반려동물 사료값·용품 9~10% 급등
반려동물기업 뉴스매체 펫에이지에 따르면 지난 6월 미국 반려동물 사료 가격은 전년 대비 10.3% 급등했고 각종 반려동물용품 가격도 9.3% 올랐다. 또 소비자물가지수(CPI)를 토대로 볼 때 반려동물 총비용은 올해 초부터 6월까지 7.1% 뛰었다.
동물애호국으로 알려진 영국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동물보호단체 ‘배터시’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 여파로 올해 반려동물 유기 건수가 지난해보다 30% 늘어났다. 배터시 관계자는 “1960년대 이래 최악의 생활비 압박에 직면한 사람들이 반려동물 식비와 의료비를 감당할 수 없게 되면서 전국 곳곳에서 유기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동물 자선단체 ‘도그트러스트’는 현재 전국 21개 센터에서 유기 동물 692마리를 보호하고 있는데, 이는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최대치인 것으로 전해졌다.
개나 고양이 뿐만 아니라, 뱀이나 도마뱀 등 고가의 난방 및 조명 시설이 필요한 반려동물이 길거리에 버려지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기동물 보호·분양단체 ‘우드그린’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 한 달에 1만건에 달했던 반려동물 입양 신청이 최근 100건 안팎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한 동물 자선단체 관계자는 “지난해 당국의 ‘봉쇄 조치 해제’ 등 발표가 나오면서 반려견 파양 관련 전화 상담이 39% 늘었다”고 언급했다.
한국도 한달간 유기동물 1만마리 넘어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엔데믹 국면으로 전환되고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됨에 따라 올해는 특히 유기동물 수가 늘어나는 모습이다. 지방자치단체 운영시설에서 구조된 유기동물은 최근 한달간 1만1000마리를 넘어선다. 이는 해제 이전 7000~8000마리에서 30% 이상 증가한 것이다.
여기에 물가상승으로 인한 전반적인 비용이 늘면서 반려인들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실제로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주요 수입 사료 브랜드인 네슬레퓨리나의 알포 1세 이상 성견용(10kg) 제품의 최저가는 3만6540원으로 지난해 10월(2만9780원)에 비해 22.7% 올랐다. 이 기간 주요 수입 브랜드인 펫큐리안 나우 프레쉬 (5.44kg)와 내추럴발란스 야채 알러지 포뮬라(6.12kg)의 가격도 각각 14.9%, 16.7% 상승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사료시장에서 수입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2020년 기준 65.3%다.
로얄캐닌도 2021년 9월 일부 처방식 사료가격을 인상했으며 미국 내추럴발란스의 한국법인 '내추럴발란스코리아'도 "2022년 1월 1일부터 전 품목 가격 인상(10% 인상)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보나시보코리아'도 지난 6월 터키 본사의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가격을 인상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고물가 대열에 반려동물 사료도 합류하면서 하림펫푸드가 반려동물 사료의 가격을 인상했다. 하림펫푸드의 '밥이보약' 라인 사료 가격은 최소 8.4%부터 최대 18%까지 인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밥이보약 DOG 빛나는 피모 2kg' 가격은 2000원 오른 2만 5800원이 됐다. '밥이보약 DOG 라지바이트 튼튼한 관절 8.5kg' 가격은 6만 6800원에서 7만 8800원으로 18% 인상됐다. 하림펫푸드는 올해 하반기에도 제품 가격을 인상할 계획이다.
서울에 거주하는 한 반려인은 "몇년전부터 사료값이 꾸준히 오르고 있어서 추가 인상 전에 사재기 하는 견주들도 많아지고 있다"라며 "사람 물가는 물론 반려동물 먹거리까지 오르니 반려인들이 부담이 커지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