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갈린 감정의견에 '병원 책임 없다' 본 2심…대법 "다시 확인" 파기환송

      2022.08.26 06:54   수정 : 2022.08.26 06:5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의료사고 소송에서 엇갈린 감정의견이 있다면 의료진 조치는 합리적 재량 범위 안으로 보고 병원측 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 판결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따져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씨 유족이 B대학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7월 새벽에 자다가 일어나던 중 실신했다 B병원에 내원했다.

불안정성 협심증 진단을 받고 이 병원에서 풍선 혈관 성형술을 시행받은 뒤 상태가 호전돼 심부전 치료제 등을 처방받고 퇴원했다. 증세 차도가 보이던 중 다시 실신과 명치부위 답답함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던 A씨에게 의료진은 혈압이 낮게 측정된데다 치료제 때문일 수 있다고는 진단 하에 약 처방을 중단했다. 그러다 한달 뒤인 같은 해 8월 아침에 실신 증상이 다시 나타나자 이 병원 응급실을 찾았는데, 의료진은 기립성 저혈압으로 판단해 추가 검사나 조치 없이 퇴원시켰다. 그런데 일주일 뒤 같은 증상을 호소하며 C병원 응급실로 호송된 A씨는 같은 날 새벽 사망했다.

A씨 유족은 B병원과 의료진의 과실로 사망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B병원의 기립성 저혈압 진단은 적절했으나 가슴 답답함, 실신 증상이 지속된 만큼 다른 질환 가능성을 알아보기 위한 조치가 필요했다고 의견을 제시한 반면, 대한의사협회 소속 감정의는 A씨의 응급실 방문 당시 심전도에 변화가 없었고 혈액 검사에서 심근효소 변화도 없어 추가검사가 필요하지 않았던 것으로 판단된다며 의료진 조치가 일반적이었다는 견해를 냈다.

1심은 "A씨가 실신 및 가슴답답한 증상이 반복되고 심전도 이상 소견 등이 지속되므로 병원 의료진이 정밀검사를 시행하는 등 최선의 주의의무를 다해야 했음에도 이를 게을리했다"며 병원측 책임을 인정해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1심 판결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과 대한의사협회 소속 감정의 소견이 엇갈릴 정도라면 B병원 조치가 의사의 합리적 판단 재량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설령 B병원에서 추가적인 검사 등을 시행하지 않은 것이 의료상 과실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망인의 사망이라는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도 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사망 일주일 전 B병원 응급실 내원 당시, A씨가 최초 치료 전 증상을 다시 호소했고, 마지막 검사일로부터 38일 가량 지난 시점의 심근효소 수치가 참고치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측정된 것을 볼 때, 이를 지속적 호전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병원 의료진이 추가 검사를 하지 않은 게 주의의무 위반으로 평가된다면 망인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 추정된다"며 "고령의 불안정성 협심증 환자들에게서 높은 확률로 급성 심장사가 발생한다 해도 그런 사정 만으로 인과관계 추정이 번복된다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원심은 상반되는 감정의견의 신빙성 여부를 판단했어야 했는데 적극적인 조치를 강구하지 않았다"며 파기환송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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