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권’ e스포츠 외교..11월 국회의장배 대회로 이어지다

      2022.08.27 07:00   수정 : 2022.08.27 07: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이 최근 파키스탄 ‘철권 외교’를 진행했다. 한국과 파키스탄 간에 e스포츠 교류 협력과 우호 증진을 위해 격투게임용 e스포츠 용품 증정 약정식을 체결하고 온 것이 주요 성과다.

글로벌 e스포츠에서 주로 언급되는 중국, 일본, 미국, 몇몇 EU국가가 아닌 파키스탄과 협력을 맺은 이유는 분명하다.

파키스탄은 격투게임인 ‘철권’의 글로벌 강국으로 꼽힌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글로벌 격투게임 e스포츠 대회 ‘EVO 2022’ 철권 종목에서도 다수 파키스탄 선수들이 상위권에 랭크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결승전도 한국 대 파키스탄이었다. 우리나라 대표 철권 선수 ‘무릎’ 배재민 선수와 파키스탄 ‘KHAN’ 임란 칸 선수가 맞붙었고 우리나라가 우승을 차지했다.


EVO 2022 결승전에는 엄청난 관심이 집중됐다. 심지어 대회가 미국에서 열려 시차 문제가 있음에도 말이다. 수십만 e스포츠 팬들이 결승전을 동시시청할 정도로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격투게임은 시청하기에 가장 직관적인 e스포츠 종목이다. 직접 플레이하기에는 어렵다. 특히 게이머가 조작 테크닉과 고도의 심리전 기술을 갖추고 있어야 하고 모든 캐릭터를 꿰고 있어야 해서 진입장벽이 매우 높은 편이다. 그러나 누가 때리고 있고, 누가 이기고 있는지는 명확하게 보인다. 특히 철권은 연속기로 이어지는 콤보와 단시간에 끝나는 특성이 결합되어 집중도를 높이고 고도의 흥미를 이끌어낸다.

둘째, 드라마틱한 서사가 있었다. EVO 2019를 마지막으로 코로나19로 인해 대규모 오프라인 대회가 3년 만에 열렸다. EVO 2019 결승에서 파키스탄 ‘아슬란’ 선수에게 석패한 우리나라 배재민 선수가 또 다른 파키스탄 선수를 상대로 치르는 복수전 성격을 지닌 경기였다. 또한 85년생인 무릎 선수는 프로게이머로는 적지 않은 나이와 무관하게 에이징커브 없이 최강자 자리를 지키고 있기에 더욱 주목받았다. 상대인 파키스탄도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많은 곳이었다. 긴박한 내부 정세와 불안정한 전력사정에도 불구하고 많은 파키스탄인이 삼삼오오 모여 철권을 즐겼고 좋지 않은 장비로도 뛰어난 성적들을 내온 것이다.

이 의원도 8.15 철권 한일전을 접한 뒤 철권으로 e스포츠 외교에 나섰다. 물론 촉박한 일정에 준비할 것들도 태산이었다. 파키스탄쪽 철권인사를 찾아 여러 루트를 통해 섭외하고, 사전에 미리 내용을 협의한 뒤 증정할 모델을 선정했다. 그렇게 성사된 것이 ‘파키스탄 아마추어 및 유소년 선수들에게 1000만 원 상당의 격투게임용 게임레버 50세트 지원’ 약정식이었다.

약정식에는 파키스탄 철권 프로게이머인 biral 선수와 서상표 주파키스탄 대사가 함께 했다. biral 선수는 우리나라 철권 선수들과 많은 교류를 하고 도움을 준 대표적인 한국통이다. 이 자리에서 biral 선수는 대회참여를 위한 목적으로 우리나라 비자발급을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했다. 현재 불안정한 파키스탄 정세 때문에 파키스탄인들에게 우리나라 비자 발급이 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이 의원과 서 대사는 팀 단위 전지훈련이나 대회 참가 목적 한정 단기 비자 발급 등 비자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국내에 굳이 들어오지 않더라도 온라인으로 경기를 하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불가능하다. 두 나라가 멀리 떨어져 있어 커맨드 입력과 응답속도 차이가 벌어지는 소위 ‘핑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0.1초가 승부 향방을 가늠 짓는 것이 철권이다. 한국과 파키스탄 거리 차 정도면 핑 차이로 공정한 경기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비자 문제가 풀리면 국내에서 개최하는 여러 철권 대회에도 초청할 수 있다. 많은 격투게임 팬들이 간절히 소망하고 있기에 반드시 풀어야할 문제다. 문제가 해결되면 이 의원이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제안하여 성사된 ‘국회의장배 철권 e스포츠 대회’에도 초청 가능할 것이다. 이 대회는 다수 격투게임 선수와 관련 종사자들에게 자문을 구해 받은 아이디어다.

우리나라 격투게임 e스포츠에 대한 지원도 모색했다. 이와 관련 자문을 구해보니 큰 규모의 대회가 개최되길 바란다는 의견이 절대적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파키스탄 출국 전 국회의장과 면담해 대회 개최를 요청한 것이다. 대회는 11월 개최를 목표로 준비에 돌입했다. 우리나라는 물론 파키스탄이나 일본 등 최대한 많은 선수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할 생각이다.

왜 우리나라 게임도 아닌 ‘철권’으로 e스포츠 외교를 하고 대회까지 개최하느냐는 물음이 있었다. 답은 간단하다. 격투게임이야말로 어린 시절 오락실에서 즐기던 ‘e스포츠 원형’이고 시청하기에도 직관적이고 재밌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처럼 e스포츠가 특정한 게임에 치우치지 않고 여러 종목으로 다변화가 되어야 e스포츠 생태계 전체가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격투게임이 많은 주목을 받는 지금, e스포츠 토양을 비옥하게 해보려 한다.
11월 국회의장배 대회에도 많은 관심과 시청 부탁한다.

정리/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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