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가짜야".. 현실 복제한 메타버스 '저작권 전쟁' 불붙다
2022.08.30 05:00
수정 : 2022.08.30 05:00기사원문
#1. 군용 지프차 험비 제조사로 유명한 AM제너럴은 지난 2017년 11월 미국 뉴욕 맨하튼 법원에 액티비전 블리자드(블리자드)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블리자드가 만든 FPS게임 '콜 오브 듀티'시리즈가 험비 지식재산권을 도용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후 2020년 4월 뉴욕법원은 1980년대 예술 작품의 상표권 침해 관련 사건인 예술가 ‘진저 로저스’ 사건의 판례를 들어 상표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결했다.
AM제너럴은 험비를 군대에 판매하는 것, 액티비전은 현실적인 전쟁 비디오 게임을 만드는 것이 목표이므로 앞으로도 서로 경쟁할 여지가 매우 적다는 점을 기각의 근거로 들었다.
#2. 지난 2015년 골프장 인천국제CC, 대구CC, 몽베르CC를 운영하는 운영사들은 스크린골프업체 골프존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업체들은 골프존이 골프장 코스를 그대로 가져다 스크린골프에 쓰는 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봤다. 오랜 공방이 오고간 끝에, 대법원은 지난해 4월 스크린골프에 사용되는 골프코스에 대한 저작권은 코스설계자에게 있으며, 스크린골프 사업자 측이 별도 협약없이 골프코스 영상을 사업에 이용했다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즉, 현실세계에서의 콘텐츠 저작권이 가상공간에서도 유효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2. 지난 2015년 골프장 인천국제CC, 대구CC, 몽베르CC를 운영하는 운영사들은 스크린골프업체 골프존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 업체들은 골프존이 골프장 코스를 그대로 가져다 스크린골프에 쓰는 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봤다. 오랜 공방이 오고간 끝에, 대법원은 지난해 4월 스크린골프에 사용되는 골프코스에 대한 저작권은 코스설계자에게 있으며, 스크린골프 사업자 측이 별도 협약없이 골프코스 영상을 사업에 이용했다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즉, 현실세계에서의 콘텐츠 저작권이 가상공간에서도 유효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파이낸셜뉴스] 현실과 연동되는 가상의 세계를 뜻하는 ‘메타버스(Metaverse)’의 영향력이 ICT(정보통신기술) 영역을 넘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도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메타버스 내 이용되는 '저작권·상표권'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메타버스 공간에서는 가상 재화에 대한 소유권 인정과 저작권 침해 기준이 모호한 상황이다. 특히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건물의 디자인, 음악, 소설 등의 콘텐츠를 메타버스 세계에서 재가공할 경우, 이에 대한 저작권 논쟁이 계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법률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메타버스란 무엇인가
지난 2020년 정보처리학회가 발간한 '메타버스의 개념과 발전 방향'이라는 학술지에 따르면 메타버스는 현실과 가상이 합쳐진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뜻하는 버스(-verse)의 합성어다. 1992년 출간된 소설 ‘스노 크래시’ 속 가상세계 명칭인 ‘메타버스’에서 유래한다. 사실 메타버스라는 이름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것이 얼마되지 않았을 뿐 새롭게 나타난 존재는 아니다.
과거 2000년대 유행했던 싸이월드나 지금 대세인 인스타그램, 페이스북도 메타버스의 개념안에 속한다. 게임 역시 메타버스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또 인터넷 초창기인 1990년 중반부터 2000년대 초중반 시절 주로 ‘게임 속 플레이어(player)의 분신‘이란 뜻으로 통용된 아바타는 메타버스 세계관 속에서 다른 의미로 메타버스 세계관에 등장했다.
이전의 아바타가 현실의 나를 단순히 가상 세계로 투영한 디지털 복제(digital twin)에 불과했다면 메타버스 속 아바타는 나의 다양한 성격을 가상세계로 투영할 뿐만 아니라 현실의 나로부터 책임, 의무, 권리를 위임 받아 행동하는 대리인(agent)이다. 이는 메타버스가 단순한 가상의 오락공간이 아닌 일상생활과 경제 활동이 가능한 세계이며, 메타버스 속 아바타의 행위는 실재 나의 행위와 동격으로 인식되며 아바타에게도 가상 세계의 사회적 의무와 책임이 수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내 '저작권·상표권' 법령 정비 필요
코로나19 확산으로 재택 근무나 온라인 수업이 활성화되면서 메타버스 기술 및 서비스가 빛을 발했고 관련 시장이 급격히 성장했다. 시장 규모도 지난해 81조원서 올해 127조원까지 기대되고 있다.
문제는 현재 메타버스 공간에서는 가상 재화에 대한 소유권 인정과 저작권 침해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된 AM제너럴-블리자드 사례와 골프장 운영업체-골프존 사례는 비슷하지만 결과는 다른 사례다. AM제너럴-블리자드는 양사간 경쟁 관계가 없다고 판단했고, 골프장 운영업체-골프존은 서로 고객을 유치하면서 경쟁한다는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미묘한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세계용’ 법안으로 모호하고 어려운 판단을 하는 대신 메타버스에 맞는 새로운 법률 및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계 관계자는 “AR·VR(증강·가상현실)기술과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된 다양한 기계를 전제로 한 빅데이터 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 저작권제도의 기본 전제들을 다시 생각해 보고 제도 전체를 재구성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