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의 박력, 창극의 유쾌함… 이토록 힙한 우리소리를 찾아서
2022.08.29 18:03
수정 : 2022.08.29 18:05기사원문
■'적벽', 박력 넘치는 판소리와 군무의 향연
도원결의를 맺은 관우, 유비가 참수 위기에 처한 관우를 위해 형제애를 발휘하는 장면은 공연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며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를 이끌어냈다. 지난 28일 오후 판소리 합창과 다이내믹한 춤을 동시에 소화하는 배우들의 열연과 절창이 라이브 밴드의 음악과 어울려져 500석 규모의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를 뜨겁게 달궜다. '적벽'(연출 정호붕/안무 김봉순)은 2017년부터 4년 연속 공연되며 국립정동극장의 대표 레퍼토리로 자리 잡은 판소리 뮤지컬이다. 올해는 기존 260석 규모의 정동극장에서 벗어나 500석 규모의 공연장에서 더 많은 관객을 만난다.
'적벽'은 삼국지의 세 영웅, 유비·관우·장비와 조조의 전쟁 적벽대전을 판소리와 현대 무용, 그리고 라이브 밴드 연주로 그려내어 전통예술의 신(新)장르를 개척했다는 평을 받았다. 코로나19 기간인 2020년엔 무관중 생중계 공연으로 2만6000명의 온라인 관객을 만났다. 그해 하반기 한국관광공사와 한국공연관광협회가 주최·주관한 'K-퍼포먼스 온 에어' 영상 송출 사업에서는 무려 32만명이 시청하며 인기를 입증했다.
공연은 고사성어로 익숙한 '삼고초려' '도원결의'의 에피소드를 거쳐 적벽대전에서 폭발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며, 적벽대전에 패한 조조 일행의 우스꽝스러운 모습과 관우의 내적 갈등을 통해 웃음과 팽팽한 긴장감도 자아낸다. 공연의 '시그니처' 소품인 부채의 향연은 색다른 볼거리다. 배우들과 한 몸이 된 부채는 힘 있게 접혔다 펼쳐지면서 때로는 창과 방패가 되고, 타오르는 불길이 된다. 9월 29일까지.
■고선웅-한승석의 유쾌한 창극, '수궁가' 그 후 이야기
지난해 초연해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은 창극 '귀토'는 31일 개막한다. 국립창극단의 대표 흥행작 '변강쇠 점 찍고 옹녀'의 고선웅·한승석 콤비가 각각 극본·연출, 공동작창·작곡·음악감독으로 참여한다. 이 작품은 판소리 '수궁가' 중에서 토끼가 육지에서 겪는 갖은 고난과 재앙을 묘사한 '삼재팔란' 대목에 주목, 동시대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새롭게 풀어낸다. 공연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수궁가'의 이야기가 끝나는 지점에서 시작된다. 자라에게 속아 수궁에 갔으나 꾀를 내 탈출한 토끼의 아들 '토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스핀오프(spin-off) 무대다.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각색하면서 소리도 새롭게 구성했다. 다채로운 장단과 전통음악, 대중가요 등을 적재적소에 활용했다. 국립창극단 측은 "재치 넘치는 대사와 통통 튀는 언어유희가 돋보일 것"이라며 "굿거리장단 연주에 맞춰 국립창극단원들의 구음과 소리만으로 파도치는 풍광을 그려내는 '망해가' 장면이 백미"라고 전했다. 명무 공옥진의 춤에서 영감을 얻은 안무로 '수궁가' 속 각양각색 동물을 묘사한다. 토자 김준수, 자라 유태평양 등 믿고 보는 소리꾼이 출연한다. 새롭게 합류한 창작악단의 박상후 부지휘자가 국악기 편성의 15인조 연주단과 함께 라이브 연주로 공연의 신명을 높인다. 9월 4일까지 해오름극장.
■이자람, 차지연 '서편제'를 볼 마지막 기회? 트로트 스타들 합류
2010년 초연한 뮤지컬 '서편제'(음악감독 김문정)는 올해 원작 판권 계약이 완료돼 다섯 번째 시즌이자 마지막 시즌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청준의 소설, 임권택 감독의 동명 영화로 유명한 이 작품은 조광화 작가의 마음을 울리는 가사와 윤일상 작곡가의 팝, 록, 발라드와 판소리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드라마틱하게 엮어 낸 주옥같은 넘버들로 유명하다. 역경을 딛고 자신의 길을 가는 소리꾼 송화와 누나와 달리 자신의 새로운 소리를 찾아 떠나는 동호, 그리고 엄격한 소리꾼 유봉의 이야기를 그린다. 시즌 1부터 함께한 독보적인 소리꾼 이자람, 국악 집안 출신 뮤지컬 스타 차지연의 공연을 볼 수 있는, 어쩌면 마지막 기회다. 여기에 '미스터 트롯' 출신의 홍자, 양지은, 홍지윤이 '송화'로 새로 합류했다. 어린 송화와 어린 동호, 그리고 앙상블의 아름다운 화음이 돋보이는 오프닝 넘버 '길을 가자'를 시작으로 히트곡 '살다보면' 그리고 피날레를 장식하는 '심청가'까지 애절한 멜로디의 넘버부터 웅장한 하모니가 돋보이는 합창곡, 그리고 온몸으로 토해내는 절창을 두루 즐길 수 있다. 10월 23일까지 광림아트센터 BBCH홀.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