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지원도 차별받는 장애인시설 "집단감염땐 알아서 숙소 옮기래요"

      2022.08.31 05:00   수정 : 2022.08.31 0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장애인 거주 시설이 코로나19 집단 감염에 매우 취약하지만 정작 감염 확산 등을 막기 위한 사전 조치나 관련 대책이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장애인 시설의 경우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해도 정부나 지자체의 별도 생활시설 제공없이 시설 스스로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 분산 조치를 한 뒤 지원을 받도록 한 현행 사후지원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장애인시설 집단 감염시 분산 대신 '코호트 격리'

3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0월부터 현재까지 약 2년간 전국의 장애인 거주시설 618곳 중 67.7%에 해당하는 419곳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집단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선 조속한 격리와 분산 조치가 필요하지만 일반인에 비해 거동이나 이동이 불편한 만큼 코로나19가 시설에서 발생해도 장애인 시설을 떠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설 내 집단 감염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아직 감염이 안 된 장애인들이 빠른 시간내에 별도의 생활공간으로 분리 조치돼야 하나 그동안 각종 장애인을 위한 보조 시설이나 기구에 익숙해 자신의 집처럼 장기간 거주해오던 시설에서 벗어나기란 결코 쉽지 않다.


게다가 활동 보조사 없이 생활이 어려운 중증 장애인들의 경우 별도 격리를 생각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한 시설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시기에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별도의 생활시설이나 격리시설 확보가 이뤄지지 못했다"며 "저희는 인원이 120명가량 지내는 대형 시설이다 보니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이동할 수 있는 여건 자체가 안 돼 확진자가 발생한 숙소 전체를 격리했다"고 말했다.

별도의 생활 거주 공간 마련이 어렵다 보니 시설내 감염자가 나오면 '코호트 격리'(Cohort Isolation)를 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코호트 격리'란 감염 확진자가 발생한 의료 기관이나 시설을 아예 통째로 봉쇄하는 조치를 의미한다.

지난해 3월 이후 10명 이상 집단감염이 발생한 장애인거주시설 8곳 중 6곳이 코호트 격리로 대처했다. 시설 8곳의 전체 확진자 314명 가운데 236명이 코호트 격리 조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코호트 격리가 시설 바깥으로 감염이 확산되는 것을 막을 뿐 오히려 시설 내부 감염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일각에선 일반인에 비해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거주하는 시설에 대한 코호트 격리는 '인권 탄압' 소지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분산 조치한 후 지원금 주는 사후방식 개선해야"

특히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3월부터 '장애인 거주시설 집단감염 대응 한시지원 사업'을 시행해오고 있지만 지원 방식이나 까다로운 충족 기준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까지 사고 있다. 해당 사업은 장애인 집단 거주시설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 발생시 장애인들을 다른 주거지로 분산시키는 조치를 취한 시설에 대해선 분산조치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을 사후 지원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사업 시행 후 지금까지 해당 사업을 통해 지원금을 받은 장애인 거주시설은 고작 단 한 곳에 불과했다. 당초 정부는 약 24억원의 예산을 수립했지만 이 중 600만원만 지급된 것이다. 이에 보건복지부 측은 "지원사업의 세부 지원 기준에 맞는 대상 시설이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결국 지자체의 판단을 거쳐야 하는 엄격한 충족 기준과 분산 조치를 이미 시행한 시설에 대해 사후적으로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이 정책 실효성을 떨어뜨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혜영 의원 측은 "집단감염이 발생하면 당장 별도의 시설을 마련해야 하고 시설 내 급식이 아닌 도시락을 배급하는 등 인력과 비용이 많이 필요하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애인 거주시설이 알아서 이러한 분산 조치를 스스로 하도록 하고 사후 지원하는 방식이 문제"라며 "앞으로 지자체와 정부가 협력해 별도의 생활시설 제공 및 추가 인력 지원 등을 함께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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