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의 진한 음색을 닮은 퀸테사 와인..입속에선 반전에 반전이

      2022.08.30 15:04   수정 : 2022.08.30 16:3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퀸테사(Quintessa) 와인은 늘 한결같다. 뽑혀진 코르크 사이로 와인이 처음 숨을 들이쉬고 내뱉는 순간 터져나오는 농염함, 그 감출 수 없는 진한 숨결이 정말 일품이다. 몽글몽글 덩어리진 채 떠돌아다니는 고갱이 같은 향은 잔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전에 이미 주변을 하나둘씩 휘감아 버린다.

진한 아로마와 고운 진흙같은 타닌은 입속에서도 제 몸을 한번에 털석 다 내려놓지 않는다. 오래된 발사믹에서 볼 수 있는 고급스런 산도는 와인에 팽팽한 긴장감을 부여한다.
검은 색이 생각나는 찐득한 풀바디 와인이지만 결코 무겁지 않고, 정말 부드럽지만 실크 스카프가 아닌 살집이 있는 공단 같은 느낌이다. 초가을 아침 쏟아지는 햇살 아래를 흐르는 첼로 음색 같은 와인 '퀸테사 2019(Quintessa 2019)'의 느낌을 적는다.



■아로마도 색깔도 찐득한 풀바디지만 입속에선 놀라운 반전이
지난 8월 초 미국 나파밸리 러더포드(Rutherford)의 프리미엄 와인 '퀸테사' 와인메이커 레베카 와인버그(Rebekah Wineburg)를 만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로 인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현지와 서울을 랜선으로 연결하는 화상 인터뷰를 통해 퀸테사 2019 와인의 특징을 상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퀸테사 2019 와인을 보다 폭넓게 느끼며 질문을 하기 위해 인터뷰 시작 1시간 전에 미리 열었다. 퀸테사 와인은 첫 숨을 접할 때 큰 감동을 준다. 잘 익은 카시스 열매가 먼저 떠오르는 진한 아로마가 주변을 물들이는 게 아니라 덩어리로 주변을 떠다닌다. 그만큼 농축된 아로마다.

잔에 따라보면 검은색을 덧칠한 짙은 루비빛이다. 스월링 후 생긴 레그도 아주 촘촘하고 천천히 내려온다. 잔에서는 과실 아로마 못지않게 짙은 삼나무 향이 인상적이다. 햇살조차 들지 않는 촘촘한 침엽수림으로 걸어들어가는 느낌이다. 아로마도, 색깔도 그냥 찐득한 풀바디 와인이다.

그런데 입에 넣어보면 반전이 일어난다. 전형적인 나파와인이 아니다. 질감이 미디엄 혹은 미디엄 플러스로 생각보다 두껍지 않다. 산도는 순간 치솟는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오래된 발사믹을 접할 때처럼 묵직한게 꽤 매력적이다. 덕분에 와인은 발랄하지만 결코 우아함을 잃지 않는다.

진한 블랙이 생각나는 아로마도 입에 넣어보면 약간의 레드 계열도 있다. 심지어 짠 맛도 있다. 입안에서 와인이 사라질때쯤 포근히 내려앉는 타닌은 정말 곱다. 2018년 빈티지는 타닌이 파워플하게 들어왔는데 이번 빈티지는 고운 진흙처럼 살포시 입안 구석구석에 자리잡는다. 마치 실크 스카프처럼 부드럽지만 두께감 있는 공단처럼 다가오는 것도 인상적이다. 타닌은 3시간이 넘어서자 치아와 잇몸을 두껍게 파고드는데 혀끝을 잡아두는 마찰력이 굉장하다.

피니시도 아주 길게 가져간다. 적어도 서너숨까지 이어지는데 삼나무 향과 카시스 아로마로 가장 마지막은 삼나무 향이다. 그리고 치아 끝에서 살짝 미끈대며 씹히는 질감의 미네랄리티도 감칠맛을 더해주는 요소다.



■2년 연속 축복받은 빈티지..지금 마셔도 장기숙성해도 최고
"이번에 선보이는 2019 빈티지는 지금껏 생산해 온 와인 중 최고의 빈티지다. 퀸테사 떼루아 특징을 정말 그대로 담아 표현하고 있다. 지난 2018 빈티지도 보기드문 빈티지였는데 2년 연속 독보적인 빈티지를 만나게 돼 운이 좋았다."
퀸테사 와인을 빚는 책임자인 레베카 와인버그는 2019 빈티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와인버그는 "2019년은 생장조건이 완벽에 가까워 포도알 하나하나가 골고루 잘 익어 와인을 만들기에 최고의 상태였다"고 거듭 강조했다. 겨울과 봄에 땅이 충분히 습도를 머금은 상태에서 움이 트고 잎새 성장도 아주 이상적으로 이뤄졌으며, 여름 기온은 약간 서늘하고 수확기에 다가갈수록 기후가 좋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와인의 미네랄 풍미가 특히 강하고 산도도 아주 좋다고 설명했다.



두 빈티지의 차이에 대해 그는 "2018 빈티지는 타닌이 강하고 집중도가 아주 좋은 와인이라 셀러에 좀 더 머물게 하고, 2019 빈티지는 여러 요소들이 아주 정밀하게 조화를 이룬 와인이라 바로 마셔도 장기숙성을 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퀸테사 와인의 맛과 풍미는 서로 다른 독특한 떼루아에서 기인한다. 동쪽 구릉지는 화산재로 만들어진 토양으로 초크 풍미를 부여하며, 드래곤 레이크라 불리는 호수가 있는 중간지대는 퇴적토와 화산토가 섞여 있는 곳으로 와인에 중추적인 맛을 책임지고 있다. 미네랄 느낌, 밀도와 농축미, 과일 아로마가 이 토양에서 왔다. 점토와 양토로 구성된 맨 아랫쪽 벤치 지역에서는 진한 점도와 더스티한 풍미를 책임지고 있다. 퀸테사는 와이너리 시작부터 합성비료를 쓰지 않는 유기농법으로 포도를 재배하고 있으며 지난 1996년부터는 천체와 자연의 유기적 움직임까지 반영하는 오가닉 바이오 다이나믹 농법까지 도입하고 있다.

퀸테사는 발효도 야생효모로만 진행한다. 포도밭에서 추출한 효모를 배양해 사용하는데 일관성에서는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해마다 약간 다른 향으로 빈티지마다 특징을 부여하기도 한다.


와인버그는 "퀸테사 와인은 보르도 와인 같은 클래식한 스트럭처를 추구하는 와인"이라며 "지난 3년간 노력의 결과물인 2019 빈티지가 오는 9월1일 나오는데 꼭 경험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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